KT의새 노조가 광화문 사옥 앞 '유령 집회'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지난 7월 1일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열린 'KT 새노조(가칭) 준비위 창립 기자회견' 모습.(자료사진) |
새 노조 "비판 차단 조치"…사측 "정당한 판촉행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복수노조 체제인 KT가 새 노조의 비판 기자회견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사옥 앞에서 집회를 매일 24시간 여는 것처럼 신고해 '유령 집회'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KT는 `집회로부터의 영업권 보장'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매일 24시간 연다며 관할 종로서에 신고하고 있다.
종로서 관계자는 "KT가 경찰서 밖에 대기하고 있다가 자정이 되자마자 신고하는 식으로 늘 장소를 선점한다"며 "실제 집회가 열리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KT 측은 이에 대해 "여러 단체의 집회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아 예방 차원에서 집회 신고를 한다"고 말했다.
KT는 그동안 다른 단체가 이 장소에서 집회나 기자회견을 열어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복수노조 시행으로 출범한 희망연대노조가 최근 사측을 비판하는 집회를 신고하자 판촉행사라는 명목으로 장소를 사용했다.
KT는 지난 11~14일 '우리는 고객을 위해 정성과 참된 마음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사옥 출입구 앞 계단에 내걸고 판촉용 테이블을 설치했다. 그러나 실제 판촉행위는 없었다.
거리 판촉행사는 집회 신고 대상이 아니다.
KT 사옥 앞은 주한 미국대사관과 가깝다는 등 이유로 여러 단체의 집회나 기자회견이 늘 열리는 곳이다. 지난 13일 시민단체가 주최한 주한미군 성폭행 규탄 기자회견은 사측의 아무 제지 없이 진행됐다.
노조 관계자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자살과 과로사, 돌연사 등으로 목숨을 잃은 KT 노동자가 20명에 이른다"며 "비인간적인 인력 퇴출 프로그램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막으려고 사측이 유령 행사를 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그러나 "노조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판촉 행사를 한 것"이라며 "예전에도 실제로 판촉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단체가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대해 집회 신고를 내는 것을 '장소 경합'이라고 부른다. 경찰은 경합이 있을 때 신고를 먼저 낸 쪽에 우선권을 주지만 실제로 집회가 열리지 않으면 후신고자에게 집회를 허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예상되지 않는다면 이 장소에서 다른 단체의 집회나 기자회견을 최대한 허용한다"면서도 "KT가 신고를 먼저 한 만큼 판촉행사도 자신들의 권리 행사라고 하면 다른 집회를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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