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서울=박동준 기자] KT가 최근 ‘성질 급한 한국사람’이란 컨셉으로 4G LTE폰의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는것에 대해 이 광고가 사실은 'KT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고의 주제인 4G LTE 시장은 현재 2G망 종료가 안된 상태여서 KT가 이에 대한 준비 및 구체적인 계획마저 마련이 안 된 분야인데다 서둘러 4G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G망 고객들을 홀대하면서 ‘성질 급한 KT'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단‧방법 안가리고 ‘2G 폐지’에 전력투구
2G 종료돼야 4G 서비스 가능…고객서비스 ‘뒷전’
KT “11월 중 LTE 서비스 시행”
KT는 내달 중 LTE 상용서비스를 시행할 태세다. KT는 11월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서울 전역에 LTE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내년은 수도권과 5대 광역시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LTE 서비스 시행과 맞춰 LTE용 스마트폰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KT의 4G LTE는 CCC(클라우드 커뮤니케이션 센터) 기술을 적용해 타사보다 더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LTE망 구축역시 CCC 기술을 활용해 기존 통신장비에 간단한 업그레이드만으로 구축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신기술을 적용할 4G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지 못해 후발주자 KT로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현재 KT로서는 2G망이 종료가 안되면 4G LTE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태다.
당초 KT는 주파수 경매에 나온 1.8Ghz 대역을 확보해 4G망에 활용하려고 했으나 이를 SK텔레콤에게 넘겨주면서 계획이 차질이 생겼다.
KT는 1.8Ghz 대역의 2G망 종료 뒤 이를 4G망으로 활용하는 차선책이 있어 1조원이 넘어가는 주파수 경매가격 부담감에 포기를 했다. 하지만 차선책으로 생각한 2G망 종료가 2G 고객들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난관에 빠졌다.
2G 종료 ‘지상과제’
KT는 본래 6월 말 일정으로 2G망을 종료하기로 계획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G 사용고객이 많다는 이유로 폐지 계획이 보류됐다. 이후 2G 고객 대상으로한 3G 전환 독려가 KT에게는 지상과제로 던져졌다.
KT가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올해 3월 110만명이던 KT 2G 고객은 10월 말 현재 25만명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T는 허위‧과장광고 등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실례로, 지난 9월 KT는 2G망 종료가 방통위로부터 승인유예가 났음에도 이를 이미 확정된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다.
당시 KT는 신문광고 등을 통해 “KT는 더 나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G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며, 9월 19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G 서비스 폐지 계획을 접수하여 최종 확정했다”고 공지했다.
KT는 광고를 통해 공식적으로 2G 폐지를 알리는 것 이외에도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전화‧문 자 등을 통해 2G 서비스 해지를 독촉해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종원(민주당)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방통위가 접수한 KT의 2G 종료 관련 민원은 총 451건. 관련 민원이 올해 3월 방통위에 처음 접수된 것을 고려하면 5개월간 평균 90건 이상, 하루 3건 이상 KT 2G 관련 민원이 접수된 셈이다.
▲ KT는 지난 9월 방통위의 2G 종료 승인이 미확정됐지만 이를 기정사실화해 광고했다. <사진출처=010통합반대운동본부> | ||
도 넘은 KT의 고객홀대
최근에는 KT직원이 2G 종료를 독려하기 위한 고객방문을 위해 고객의 자택이나 직장의 유선전화를 일부러 고장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지난 26일 인터넷 언론인 <참소리> 보도내용에 따르면 KT 수도권 지사 중 한 곳이 2G 고객의 유선전화를 일부러 고장을 낸다음 KT직원이 방문해 고객에게 2G 종료를 권고한다는 내용이 내부 직원의 녹취를 통해 드러났다.
KT노동자들의 반발로 실행은 되지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이 인터넷 상에 수차례 올라와 있어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 다음아고라 게시판에 ‘2G종료를 위해 유선전화도 끊는 KT의 막장만행’이란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글의 내용인즉 KT가 2G 종료를 독려하기 위해 유선전화를 잠시 먹통이 되도록 한 뒤 직원이 찾아와 설득했다는 것. 더욱 가관인 것은 KT가 수리직원으로 보낸 사람들의 소속이 ‘고객컨설팅팀’ 소속. 이 네티즌은 고객컨설팅이 유선전화 수리도 하는 것이냐며 KT를 질타했다.
또한 2G 가입고객 중 장기정지 고객에 대한 KT의 직권해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KT 2G 종료를 반대하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에 따르면 KT 2G 장기정지 고객 중 일부는 KT의 직권해지로 인해 강제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당했다.
장기정지 기간에도 매달 일정부분 요금(월 3850원)을 내는 고객으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본인 동의 없이 임의로 강제정지(직권해지)시키는 것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들에 대한 KT 관계자는 “약관내용에 의거해 장기정지 고객에 대해 본인 의사를 묻는 절차를 걸친 뒤 적법하게 해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KT 2G고객 “KT-방통위와 소송할 것”
상황이 이런 가운데 KT의 2G 서비스 종료를 반대하는 일부 고객들은 단합해 KT와 방통위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거나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010통합반대운동본부‘ 까페 회원들은 지난 2월 말 1400명이 모여 방통위를 상대로 헌법재판을 청구해 지금 진행 중에 있다. 지난 8월에도 250명 가량이 추가소송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오는 11월 중 감사원에 방통위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할 것으로 밝혔다. KT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광고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행위로 고발조치 할 것으로 전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와 헌법재판이 진행중이며 KT에 대해서도 2G 종료 관련해 오는 11월 중 공정위에 제소할 것”으로 강경하게 말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한 발 늦게 4G 시장에 진출하려는 KT. 그 앞에 넘어야 할 산들이 산적한 가운데 KT가 어떻게 4G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