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차 방문해 “3G폰으로 바꾸시죠” 권유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사는 정진아(회사원)씨는 지난달 26일 집전화가 갑자기 고장나 케이티에 신고를 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케이티 직원들은 외출한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유선전화 고장에 대한 언급 없이 정씨가 쓰는 케이티 2세대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3세대로 바꿀 것을 권유했다. 정씨는 “아파트에서 우리집 회선만 갑자기 고장나고, 방문 직원이 다짜고짜 휴대전화 교체를 요구한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의 한 케이티 가입자도 지난달 말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유선전화가 끊겨 신고를 했더니 2명의 기사가 방문해 곧장 2세대 휴대전화의 해지를 권유했다. 간단한 고장에 2명이 방문한 것과 고객컨설팅팀 차장이 온 것도 의아했다.
<한겨레>가 14일 입수한 케이티 수도권 한 지사의 지난달 중순 업무지시 녹취파일에는 고객의 유선전화를 고장나게 한 뒤 접근해 3세대로의 전환을 종용하라는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한 상급자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오늘 고장을 낼 것이다. 명단을 줄 테니 보고 단자함 키를 빼든가, 선을 끊든가 둘이서 알아서 하라”며 상세히 업무를 지시했다. 그는 녹취파일에서 “우리가 오죽하면 이런 것까지 생각했겠냐”며 “성과가 따라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또다른 케이티 지사는 지난달 “서울 등 일부 지사에서 2세대 고객들의 집전화를 일부러 끊고 홍보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우린 말썽 일으키지 말고 전환을 권유하라”는 지시를 내려 다수의 지사들이 집전화 고장내기에 나선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대해 케이티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전환을 권유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올해 초부터 2세대 서비스를 철수하고 4세대 엘티이(LTE)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으로 가입자 전환을 서둘렀으나 이용자들의 호응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