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리해고 이후 쌍용자동차와 KT, 최근 자살한 철도공사 해고노동자까지 멈추지 않는 죽음을 사회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오전 전국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전국철도노조, KT공동대책위원회는 청와대 인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타살,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 사업장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시행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KT와 철도공사의 사장은 이 대통령이 임명했고, 쌍용자동차의 무자비한 탄압 또한 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며 "해고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에 이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징계, 정리해고, 구조조정... 노동자의 목을 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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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해고노동자의 연이은 죽음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호소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쌍용자동차 대량정리해고 이후 지난 2년 4개월 동안 자살과 돌연사 등으로 죽은 해고자와 그 가족은 19명이나 된다. 지난 10월에 재직자와 희망퇴직자가 자살했고 지난달에도 희망퇴직자의 아내의 돌연사, 재직노동자의 자살 등 죽음의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쌍용차는 2009년 정리해고 159명, 징계해고 44명, 무급휴직자 462명, 희망퇴직 2026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회사를 떠난 노동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옥쇄파업 당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한 충돌로 외상 후 장애를 겪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또한 2003년 5505명에 이어 2009년 5992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등 민영화 이후 10년 동안 3만여 명의 인력을 감축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로 업무전환배치, 원거리 발령, 관리자를 통한 퇴직 압박 등이 노동자들에게 가해져 왔다.
특히 'C-Player 프로그램'이라는 인력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성노동자에게 전봇대를 타게 하거나 조직적인 따돌림을 시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근로조건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년 8개월 동안 21명의 노동자가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의 돌연사와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월 3일에는 KT의 이러한 노동문제 해결을 사회적으로 호소해왔던 KT 계열사 KTCS의 전해남 지부장이 자신의 차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철도공사의 경우 지난 2009년 파업을 벌인 노조 조합원 1200여 명을 징계했고 이 가운데 110여 명의 조합원이 해고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 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 귀족노조 파업'으로 규정했고 철도공사의 '파업유도 문건'이 발견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허광만 부곡기관차지부장 역시 당시 파업으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다. 그는 올해 초부터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도덕한 기업, 이를 비호하는 정부의 사회적 타살"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문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계 압박,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과도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다가 과로사, 돌연사로 목숨을 잃고 있다"며 "최근에는 죽음을 알리는 소식의 주기가 짧아져 우려를 넘어 공포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노동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쳐 온 이명박 정권이야말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이라며 "노동자들의 죽음은 부도덕한 기업들과 이를 비호하는 국가 권력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쌍용자동차, KT와 그 계열사, 철도 노동자들은 사회적 타살을 멈추기 위해 광범위한 노동시민 사회단체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사죄할 것 ▲ 해고자들을 원직복직시키고 인력퇴출프로그램 및 해고 압박을 중단할 것 ▲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정책과 노동탄압을 중단할 것 ▲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책마련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