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KT, 2G 종료 불가…2G가입자 ‘얕봤다’
▲ KT 본사 |
[스포츠서울닷컴 | 이현아 기자] 2G서비스 종료를 둘러싼 KT와 2G가입자의 전쟁에서 법원이 2G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장을 통해 KT의 2G서비스 종료 문제점과 2G가입자들의 불만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조일영 부장판사)는 7일 KT 2G가입자 900여명이 PCS 사업폐지를 승인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KT의 2G 종료 예정시간인 8일 자정(0시)을 6시간 앞둔 상황에서 내려진 판결이다.
재판부는 “2G서비스 정지로 이용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KT는 2G서비스 종료는 물론, 4G LTE서비스 연내 개시 또한 불투명해졌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서민기 회장은 “KT의 2G서비스 종료는 최소한 6개월~1년 가까이 늦춰질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행정소송에서 2G가입자가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게 됐다. 이후 방통위의 항소로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경우 최소한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설마’했던 KT, 2G가입자에게 한방 먹었다
4G LTE 서비스 준비에 전력을 다하던 KT는 예상치 못한 재판부의 판결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KT는 당초 8일 오전 9시로 예정됐던 ‘KT, LTE 서비스 개시’ 기자간담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KT의 2G 이동통신(PCS) 가입자들은 “KT의 PCS사업폐지 승인을 취소하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KT 측은 “이번 소송은 KT가 아닌,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다. 지난 6월에도 유사한 소송이 있었지만 원고패소(KT 승소) 판결이 나왔다”며 이번 소송도 기각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KT는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사업폐지 60일전 통보)을 위반했다는 2G가입자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통보기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KT는 지난 3월부터 대고객 공지를 시작했으며, 방통위는 지난 9월 KT의 폐지계획을 접수하면서 최소 2개월 이상의 이용자유예기간 후 적절한 시점에 폐지 승인을 요청하도록 했다는 것.
이에 대해 서민기 회장은 “지난 6월 수원지법의 판결은 KT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이번 2G서비스 폐지를 반대하는 소송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월 방통위는 KT의 폐지계획을 접수했지만, 폐지예정일은 접수하지 않았다. 실제 예정일이 발표된 것은 지난달 23일로, 정식 통보기간은 2주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통위에서 각계각층의 외부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해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주장에 대해 서민기 회장은 “지난 4월 방통위 외부 자문단을 추천하고 싶으니 예정 인사를 알려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자문단에 어떤 전문가가 참석했는지, 어떤 시민단체가 들어갔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방통위나 KT에 우호적인 단체가 들어갔을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이번 집행정지 가처분 판결로 향후 행정소송에서 100% 이길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별도로 KT의 2G가입자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를 묵인한 방통위에 국가기관에 대하 감사를 요청하는 ‘국민감사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이미 700명의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다. 또한 KT의 직권해지나 불법 스팸과 같은 위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피해보상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장 |
◆ 높아질 대로 높아진 2G가입자들의 원성 “KT가 자초한 결과”
2G가입자들의 집단소송은 단순히 2G서비스 폐지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마치 빚쟁이 대하듯 2G가입자들을 내쫓는 KT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서민기 회장은 “하루 사이에 2G가입자들이 보내온 탄원서만 300장이다. 이처럼 2G가입자들은 KT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이를 묵인하고 있는 방통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에 따르면, KT는 가입자들의 동의 없이 휴대폰 서비스를 종료하는 직권해지는 물론, 2G 종료 예정이 되기도 전부터 LTE서비스 준비를 위해 2G가입자들의 서비스에 불편을 줬다. 2G가입자들은 종로·강남 지역에서 밤 12시부터 2시까지 전화가 되지 않았으며, 서초 지역 같은 경우는 36시간동안 통화가 되지 않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KT 유선전화를 일부러 고장 내놓고 고치는 척 집으로 찾아와 3G 전환을 유도한다는 내용의 녹취파일이 있다고 밝혀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2G가입자들은 KT직원들이 회사로 찾아오거나, 주변 KT관련 선배가 직접 찾아와 3G로 전환하라고 얘기하는 등 수많은 피해자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G가입자들이 3G나 4G로 변경하지 않는 이유가 ‘010번호통합정책’인 만큼, KT 또한 010번호통합정책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방통위가 제정한 010번호통합정책으로 인해 01X(011·016·018·019) 번호는 2G에서만 가능하며, 3G로 넘어갈 경우, 010으로 통합된다.
이에 대해 서민기 회장은 “010번호통합정책이 만들어진 이유 또한 KT 때문이다. ‘스피드011’이란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자, 번호 차별을 없애려고 010번호통합정책을 주장한 것”이라며 “15만명이면 중소도시 인구다. 중소도시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하루아침에 모두 중단하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피해자라고 볼 수 있냐”고 말했다.
이어 “7일 재판장에서 KT측 변호사는 5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15만명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2G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T는 이전에 LTE를 위해 800MHz 주파수를 할당받은 바 있다.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2G서비스를 진행 중인 주파수를 4G로 전환하니, 무조건 따르라는 KT의 방침은 말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KT의 부실한 보상책의 문제도 지적했다. 2G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계약 관계를 강제로 해지하는 것으로, 가입비를 면제해주는 수준의 보상이 아닌 판매한 기기의 공장도 가격 정도는 보상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기 회장은 “자신이 오랜 기간 사용한 전화번호 또한 인적자원이기 때문에 2G서비스 종료는 사업자와 개인의 이익관계로 봐야 한다. 그러나 KT는 개인, 즉 가입자와의 적절한 보상과 커뮤니케이션 과정 없이 행정으로만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이번 판결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측은 “어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은 12월 8일 0시로 예정된 2G 종료 시행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2G 서비스 종료 자체를 중단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이용자보호조치를 충실히 이행해온 KT는 이에 즉시 항고하여 통신산업 발전과 전체 이용자의 편익을 위한 방통위의 2G 종료 승인결정이 최단 기간내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KT의 2G서비스 종료를 승인한 방통위도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2G서비스 종료가 중단된데 대해 즉시항고나 이의신청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