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망-대규모 명퇴-고객 불만, 주장해 온 경영성과도 유보적
[문화저널21·이코노미컬쳐 박진호기자] KT의 이석채 회장은 지난해 12월, CEO 추진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선임됐다. 사실상의 연임이 확정된 것이다. 당시 CEO 추진위는 이석채 회장이 아이폰 도입을 통해 스마트 혁명을 선도했으며 3불 정책을 통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3행 정책을 통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등 산업 전체의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olleh’ 브랜드를 통한 기업 이미지 혁신, 비리 척결, 일하는 방식 혁신 등과 같은 KT의 근본적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으며, BC카드 및 금호렌터카 인수, 스카이라이프 계열 편입, 클라우드컴퓨팅 사업진입 등을 통해 신성장 영역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KT와 KTF를 합병하고, 스마트폰 가입자 725만 달성, 미디어 가입자 500만 돌파라는 공로와 아울러, 스마트홈 시장 개척 등을 바탕으로 KT 최초로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의 성과를 달성한 부분도 이석채 회장의 임기 중에 이뤄낸 성과였다.
CEO 추진위의 신임 - 그러나 이면의 그림자 지우지 못해
하지만 이러한 CEO 추진위원회의 전폭적인 지지 이면에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 경영성과를 내세우고 있는 이석채 회장의 KT가 경영적인 수치 외적인 면에서 보인 행태들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석채 회장은 현 정부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재직하다가 낙하산 논란 속에 KT 최고 경영자에 올랐지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종합편성채널에 84억원을 투자하며 ‘종편 구원 투수’ 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시민단체에서는 이석채 회장의 부임 후 KT와 소비자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T의 와이브로 사업 실패와 LTE 사업 최후발 진입 등의 문제, 또한 특정요금상품에 고객들을 무단으로 가입하게 한 부분들에 대해 해결을 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2세대 (2G)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큰 불편을 가중시켰다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해 4G LTE 서비스를 위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2G 서비스 연내 폐지를 선언하며, 올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KT는 기존 2G 사용자들에게 이에 따른 보상을 해준다고 했지만 사실상 3G 이상의 스마트폰이 불필요한 이들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명퇴 - 노동자 사망, KT 경영과는 무관?
게다가 이석채 회장이 임기 중에 단행한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CP, C-Player)은 안팎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KT 측에서는 직원퇴출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에 의한 부분이 아니라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KT 노조 공정선거 감시단은 이 프로그램으로 정신적 고통과 무리한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감축으로 노동강도의 강화, 직무전환 등으로 노동자들의 자살과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심지어는 KT가 노동조합을 자신들의 노무관리 부서로 이용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KT는 지난 2008년에 이어 이석채 회장이 부임한 2009년까지 5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명예퇴직의 조건으로 KT는 ‘3년간의 자회사 고용보장’, ‘KT 임금 70%’ 등을 약속한 KT는 그러나 자회사 업무를 회수해가며 해당 인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재 KT 계열사 노동자 81명은 KT를 상대로 법원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51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임기 중에 사망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석채 회장은 “KT가 너무 드라이브를 걸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고, 정도의 규모를 가진 회사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 이라고 말해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의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2G 서비스 폐지와 500여명의 대규모 명예퇴직과 사직 강요, 그리고 50여명의 노동자들의 사망 등이 이어지며 KT가 몸집 불리기와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고객관리에 극도로 소홀하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직 노동자들은 이석채 회장이 어용노조를 앞세워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동결, 비정규직화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헌법과 노동법을 수차례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영입실적 추락, 무디스의 전망도 부정적
게다가 이석채 회장 임기에서의 KT가 자랑하는 경영 이익 부분도 조금씩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KT의 지난 2011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대비해서 16.7%나 급감했다. 기본료 인하와 마케팅 비용 증가 등 통신사간의 경쟁에서 사실상 고배를 마셨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기순이익이 21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됐다고 발표됐지만 부동산 처분에 따른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라는 분석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KT는 공시에서 부동산 유동화 관련 자산처분이익이 2858억원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임대폰 무상 제공 등을 2G 서비스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에서는 “이르면 8일 당일부터 KT 2G 서비스를 이용해왔던 이용자들이 SK텔레콤 2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 15만명의 KT 이용자들이 SK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이석채 회장의 2기 체제로 돌입하는 KT는 LTE시장의 선점에 실패하고, 무디스 신용등급마저 하향 조정되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KT의 A3등급은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던 기존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이들은 "한국 통신산업내 경쟁 격화와 높은 채무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통신산업 내 경쟁심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이러한 상황과 평가속에서 이석채 회장 2기 체제의 KT가 수많은 악재를 극복하고 자신들의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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