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회장연임 승인 주총 예정
고배당 통한 ‘주가관리’에 신경
KT “신규사업 위해 돈 필요”
케이티(KT)가 지난해 말 전국의 20개 지사와 전화국을 매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매각 뒤 임대라는 자산 유동화 방식은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이 동원하는 절박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티의 주력인 통신사업은 초기 설비투자와 가입자 확보 이후에는 안정적으로 매달 현금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이고, 케이티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2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자산 유동화에 나섰던 기업들과 형편은 다르다. 케이티 쪽은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섰지만 경기침체로 계획대로 팔리지 않게 된 상황에서 매각이 가능한 현재 사옥을 유동화시킨 것”이라며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위해 자산 유동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통신시장의 포화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통신 이외의 사업에 진출하는 데 현금이 필요한 상태다. 이석채 케이티 회장은 지난달 19일 “그룹 전체 매출에서 통신과 비통신 부문 비중을 5 대 5 정도로 만들 계획”이라며 “3년 동안 통신 부문의 매출을 강화해 경쟁력의 기초를 닦았다면 앞으로 2기에는 통신업계 1위 기업을 넘어 종합그룹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렌털·위성방송·정보통신솔루션 같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2015년 40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비씨(BC)카드, 금호렌터카 인수 등이 그 시도의 하나다.
그러나 부동산 매각의 배경에는 매출이익을 키워 투자자에게 높은 배당을 유지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케이티 경영진은 순이익의 50%를 배당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언해왔으며, 케이티는 2009년에도 순이익의 94%를 배당한 바 있다. 매각의 이유가 경영실적을 포장하거나 고배당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된 이석채 현 회장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승인받아야 하는 사정도 매출이익과 주가를 각별하게 관리해야 할 배경이다. 케이티는 지난해 연간으로는 1조9573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4분기엔 2G 종료 비용과 주파수 전략 실패로 엘티이(LTE)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증권사는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실적 악화를 지적하며 고배당을 하지 않으면 주가 유지가 어렵다고 ‘압박’해왔다. 조태욱 케이티인권센터 위원장은 “케이티는 경영실적이 안 좋을 때마다 부동산을 팔아 실적을 만들어왔다”며 “특히 비통신 부문을 50%로 키우기 위해 현찰이 필요하고 줄어드는 이익을 부동산 매각을 통해 메우는 구조”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