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KT, 이석채 회장 비상경영 승부수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요즘은 부동산으로 돈 버는데 무슨 최고 통신기업입니까!"
지난 2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KT 관로 및 케이블 필수설비 제공 공청회 자리에서 KT 하청업체 측 관계자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KT 경쟁사 측이 "KT가 국내 최대 통신사인 만큼 통신관로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KT 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뜻으로 던진 말이다.
이석채 회장이 올해 스스로 세운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임원은 연봉 10%를 깎겠다고 나섰다. 지난 5일에는 `비상경영 선포식`도 열었다. KT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비용과 낭비를 줄이고 경영성과를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KT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은 통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갈 돈은 많아지자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로 볼 수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KT의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KT의 지난해 매출액은 22조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원으로 4.5% 감소했다.
특히 지난 해에는 무선 데이터, IPTV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이 전년 대비 역성장하거나 답보 상태를 보였다. 부동산 사업 매출만 5118억원으로 전년 대비 700억원 가량 크게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업계가 무선 데이터 트래픽 증가 등으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KT는 LTE 서비스가 늦어지면서 더 큰 곤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2월말 기준 LTE 가입자는 SK텔레콤이 130만명, LG유플러스가 114만명인 반면 KT는 1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LTE 전국망 구축 등에 지난해보다 3000억원이 더 늘어난 3조5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KT의 이 같은 전사적인 `혁신`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T는 지난해 2월 주가가 4만원대 밑으로 떨어지자 상무보 이상 임원, 노조 간부 등이 전사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이석채 회장이 4960주를 사는 등 임원 146명이 총 5만여주를 매입했다.
또 작년 4월에는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임원 94명에게 장기성과급으로 자사주 8만주(31억원 상당)를 지급하기로 했다. 2014년까지 의무 보호예수 기간을 거친 후 주식을 배정해 기업 가치 즉, 주가가 상승해야 성과급도 올라가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KT의 주가는 1년이 지난 요즘 3만3000원선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편 공기업에서 출발한 KT 특유의 문화 때문에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중순 이석채 회장 연임을 의결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분위기를 다잡는 조치라는 것.
이석채 회장의 두번째 임기 시작을 앞두고 경영진과 임원들이 대내외적으로 비장한 각오를 보여준, 일종의 `쇼`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