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약속 잘 안지켜"
방통위에 회사 분리 요구
통신업계가 KT를 두 개의 회사로 쪼개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KT가 전신주 매설관로 등 유선통신망 설치에 꼭 필요한 필수설비를 독점하고 있어, 이들 필수설비는 별도 회사로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등은 7일 KT가 필수설비를 독점해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통신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므로, 2009년 KT와 KTF 합병 인가조건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물어 KT를 두 개로 분리해달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공동 건의했다. 필수설비를 KT에서 떼어내면 다른 통신회사들이 자유롭게 빌려 쓸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 뉴질랜드는 필수 설비를 관리하는 공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은 하나의 회사에서 필수설비를 관리하지만 기능은 완전히 분리돼 운영한다"면서 "현재 일본 캐나다 등도 관련 회사를 별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분리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당초 방통위는 KT와 KTF 합병을 승인하면서 필수설비들을 다른 통신사에게 의무적으로 빌려주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KT는 2014년까지 개방을 약속한 7만8,200개의 관로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325개만 타 통신사에 빌려줬다"며 "합병조건을 지키지 않은 만큼 당국은 당연히 KT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도 업계의 건의가 타당하다고 판단, 내달까지 관련고시를 개정해 KT에게 필수설비 제공을 독려하고 그래도 지키지 않을 경우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내릴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KT의 필수설비 제공률이 제로에 가깝고 실제 현장조사 결과 지하관로가 텅 비어있는데도 빌려주지 않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다만 법적으론 회사분리 명령을 내릴 수도 있지만 아직 전례가 없는 만큼 대응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경쟁업체들이 자체 시설과 한국전력의 전봇대 등 KT 시설의 대체재를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실제로 타 통신사들이 관로를 제공해달라고 들어온 요청은 2010년과 지난해 836건에 불과했다"며 "KT에게만 필수설비를 내놓으라고 하는 건 (SK나 LG등) 특정 재벌업체의 투자비용을 줄여주려는 사실상 재벌 특혜정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