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 고객정보가 채권추심업체나 심부름센터에 무더기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유출이 잇따르면서 외국의 사례처럼 피해를 본 가입자와 소비자단체들의 집단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SK텔레콤과 KT 가입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인적사항을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로 서모(36)씨 등 이동통신사 협력업체 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 프로그램으로 빼낸 정보를 사고판 혐의(위치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조회업자, 심부름센터 관계자 등 7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조회한 뒤 브로커에게 판매한 이모(46)씨와 브로커 김모(41)씨, 심부름센터 업자윤모(37)씨 등 3명은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협력업체 A사는 두 이동통신사의 ’친구찾기’ 등 모바일서비스를 유지ㆍ보수ㆍ개발하는 업체로, 서씨 등 업체 직원 5명은 업무상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인적사항,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자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인적사항과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김씨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심부름센터 등에서 정보조회를 의뢰하면 이 프로그램을 이용, 이씨 등으로부터 해당 정보를 건당 10만~30만원에 산뒤 건당 30만~50만원을 받고 정보를 되판 혐의다.
이 정보는 윤씨 등 심부름센터업자 31명에게 흘러들어가 건당 30만~60만원에 팔렸다.
조사 결과 이 프로그램에서 조회된 가입자 인적사항 및 휴대전화 위치정보는 19만8000여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에서는 경찰이 범행 사실을 통보하기 전까지 정보유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조회할 때 지정된 장소에서 복잡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불편해 어디서든 간단하게 업무를 보려고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라며 프로그램이 어떻게 조회업자에게 유출됐는지는 함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3개월여동안 심부름센터 등 업계에서 상용됐으나 경찰이 개발자들을 검거, 프로그램 서버를 압수하고 이동통신사에 범행사실을 알려 추가 피해를 방지했다”며 “동의를 받고 조회된 정보도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조회된 정보가 모두 범행에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계좌 추적 등으로 파악된 정보의뢰자가 1000명 가까이 되는 등 관련자가 많고, 프로그램 유출 경위가 밝혀지지 않아 수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피의자 중 일부에 대해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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