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용망 이용, 서버만 국외에…사실상 국내전화
요금은 144→180원으로, 문자메시지도 50원 비싸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히게 하려고 정부와 제주도청 등이 범국민적 참여를 유도한 ‘국제전화투표’가 사실은 국제전화가 아닌, 서버만 국외에 두고 전용회선으로 연결한 사실상 국내전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캠페인 제휴통신사인 케이티(KT)는 12일 <한겨레>에 “해당국 교환기를 거쳐서 특정 번호에 연결되는 국제전화 방식은 아니었으나, 인접국에 투표 서버를 두고 국제망을 이용해 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001-1588-7715’에 전화를 걸었지만 대응하는 외국 전화번호가 아예 없었다.
2010년 12월29일 개설된 이 번호는 애초 001-44-758-900-1290(투표지 영국)의 단축번호였으나 케이티가 2011년 4월1일 전용서버를 설치해 문자투표 시스템을 추가하고 우리말 안내를 넣으면서 더이상 국제전화가 아니게 됐다. 하지만 국제전화 식별번호 001을 그대로 둔 채 캠페인에 사용됐다.
케이티는 <한겨레>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2011년 4월1일 이후에도) 1588-7715 단축번호를 계속 사용한 것은 이미 해당 번호가 범국민적 투표 번호로 인식돼 있었고, (번호를 바꾸면) 사용중인 각종 인쇄물 교체 등의 문제가 있었다. 범국민추진위와 제주도청의 ‘번호변경 불가’ 요청을 반영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제주도 요청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제주도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케이티는 분명히 우리에게 국제전화라고 얘기했다. 국제전화가 아니라면 심각한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7대 자연경관 후보국들은 모두 국내 통신망으로 문자메시지 투표를 진행했다.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이 후보국들에 제휴 통신사를 정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 투표를 실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국만 001 식별번호를 붙이고 국제전화인 것처럼 투표를 진행했다. 캠페인 참여 전화가 국제전화로 포장되면서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는 국가간 경쟁 이벤트인 양 부풀려졌다.
케이티는 국제전화에서 전용망을 통한 국가별 투표로 전환하면서 요금을 기존의 건당 144원에서 180원으로 올리고, 문자메시지 요금도 국제문자메시지의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했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주된 돈줄은 각국의 제휴 통신사를 통한 통화료 수입이다. 통화료 수입이 늘어날수록 재단과 제휴 통신사의 배분액이 많아지는 구조다.
구본권, 제주/허호준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