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자연경관 투표 국내 ARS’ 국제전화로 둔갑
의혹 부인하다 “제주도·범추위서 요청” 책임 돌려
국제행사 포장에 일조…수익금 41억원 제주도 기증
뉴세븐원더스 누리집(www.n7w.com)에는 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내 전화·문자 투표’(National Voting)로 분류돼 있다. 뉴세븐원더스는 국제전화 투표(International Voting)를 4개의 국제회선 번호로 한정하고, 국제 문자메시지도 별도번호(2489-88888)를 지정해놓았다. 후보국들 가운데 한국만 001을 붙여 국제전화로 포장했을 뿐, 베트남·필리핀·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 후보 각국이 도입한 전화투표는 모두 국내전화 회선이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한국방송> ‘추적60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7대 경관 선정에서 발생한 수입은 통신사 10~15%, 콘텐츠 제공자 12.5%, 재단 25%, 공식후원회 42.5~47.5% 비율로 배분된다. 뉴세븐원더스와 케이티는 표준계약서를 통해 각국이 동일한 조건을 적용받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가 거둔 수익 41억6000만원은 전화투표 관련 매출이 277억~416억원 수준임을 추정하게 해준다.
케이티는 제주도가 공무원을 동원해 211억원의 국제전화료를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 게 문제가 되자 지난 2월 수익금 전액인 41억여원을 제주도에 돌려줬다. 케이티 관계자는 “처음엔 명분있는 범국민적 캠페인에 참여하고 수익도 올리려는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 손실을 본 꼴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뉴세븐원더스의 이벤트를 전세계인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포장하고 운영하는 데 일조했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에 대해 케이티는 법적·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케이티는 그동안 정상적인 형태의 국제전화로 볼 수 없다는 시민단체와 언론의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지난달 ‘추적60분’의 질의에 대해서도 케이티는 문제의 번호가 영국으로 가는 번호의 단축번호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29일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뽑히기 위한 전화투표용으로 제주도청 로비에 설치한 인터넷 전화로 한 청원경찰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제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하지만 제주도에서만 하루 200만통 넘는 국제전화가 특정 국가의 한 번호로 지속적으로 연결됐는데도 케이티의 국제전화 통신망에 전혀 장애가 일어나지 않은 점과, 당시 국내 국제전화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지가 의문으로 떠올랐다. 케이티 관계자는 “케이티의 하루 평균 국제전화 발신량은 70만~90만건으로 프로모션을 할 경우 100만건을 넘는 수준”이라며 “전화투표는 이런 국제전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방식이었다”고 <한겨레>에 답변했다. 결국 국제전화가 아니라 사실상 국내전화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불투명한 실체 등으로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만 국제전화 방식의 국내 투표가 이뤄졌다는 사실은 이번 캠페인의 정당성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구본권 기자 starr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