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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농락한 ‘세계 7대 경관’ 투표, 철저히 규명해야
한겨레

지난해 11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이 국제경쟁투표가 아니라 케이티(KT) 전용회선을 통한 국내전화투표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케이티가 제주도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한테 비싼 국제전화 요금을 거둬 이 행사를 주관한 ‘뉴세븐원더스’라는 단체에 줬다는 것이다. 결국 뉴세븐원더스는 케이티와 합작으로 큰 돈벌이를 했으며, 제주도는 이 단체로부터 ‘7대 경관’ 타이틀을 매수한 꼴이 됐다. 7대 경관 선정이 사실상 국제적 대국민 사기임이 드러난 이상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의혹은 처음부터 끊이지 않았다. 스위스에 등록된 뉴세븐원더스는 버나드 웨버라는 개인이 만든 재단인데 아직까지도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이 재단 운영은, 역시 버나드 웨버가 차린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이라는 영리법인이 맡고 있다. 즉 공익재단을 내세워 돈벌이를 하는 곳이다. 유네스코는 뉴세븐원더스가 벌이는 사업에 대해 ‘비과학적이고 공정성이 없으며, 영리 목적의 개인적 투기성 사업’이라고 경고한 바도 있다.

 

7대 경관 선정과 관련해 뉴세븐원더스가 돈을 버는 방식도 간단했다. 케이티와 계약을 맺어 되도록 많이 전화투표를 하도록 유도하고 요금 수입의 일부를 챙기는 방식이다. 케이티는 이 투표에 필요한 단축전화번호까지 부여하고 최대한 투표 건수를 올리도록 했다. 문제는 케이티가 투표용으로 제공한 전화번호가 자체 전용회선으로 연결한 국내전화였다는 데 있다. 제주의 7대 경관 선정이 국내전화투표 집계로만 이뤄진 것이다. 이 투표에 제주도청이 행정전화로 들인 비용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제주도청과 범국민추진위원회(위원장 정운찬)는 선정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근거 없는 흠집내기’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전화투표의 실체가 밝혀진 만큼 그렇게 주장할 근거가 없어졌다. 이미 제주도의 7개 시민단체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뒤늦게 케이티의 국제전화 번호 사용 절차 등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실태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조사 결과 절차와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케이티의 관련 임직원들은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아울러 제주도청과 범국민추진위원회도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에 결과적으로 동조한 데 대해 철저하게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 자연유산인 제주도의 명예를 회복하고 실추된 ‘국격’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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