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이석채 KT 회장이 노사 화합을 위해 그룹 내 징계자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다. 2009년 KT·KTF 합병 이후 쌓여왔던 양 사 직원 간 조직 피로도를 낮추고 이석채 집권 2기를 맞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조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업무 실수로 징계를 받은 그룹 임직원에 대한 징계 기록을 지우기로 결정했다. 대상 임직원은 KT에만 100여명 수준으로 계열회사를 포함하면 수백명에 달한다.
KT 관계자는 “회장 지시에 따라 징계 기록을 말소하기로 했다”며 “현재 사면 규모와 대상자를 놓고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징계 기록은 승진이나 이직에 불이익을 주는 요소로 임직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번 사면 조치는 KT노조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정윤모 제11대 KT 노조위원장이 단순 실수로 인한 징계자들의 사면을 노사 협상 자리에서 제안했고, 이 회장이 “대사면을 실시하겠다”며 즉각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만 KT그룹은 금품수수나 파벌·갈등을 조장하는 '해사 행위'로 징계를 받은 임직원들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조치로 KT·KTF 통합 과제인 양 사 임직원 간 화학적 합병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징계 기록 말소가 화학적 합병에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룹 관계자는 “양 사 간 합병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조직불신과 갈등요소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대사면이 KT·KTF의 화학적 합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2기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이 회장의 승부수라는 해석도 있다.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형성해 조직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의미다.
KT 관계자는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달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상황에서 임원들은 조건부로 10% 연봉 삭감을 결의했다”며 “대사면 조치는 궁극적으로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KT 새노조(제2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KT 새노조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이 회장 연임 반대 등 줄곧 사측과 각을 세워왔다.
그룹 측은 “기존 노조의 건의로 이뤄진 조치지만 이 회장이 KT 새노조를 상대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 회장이 집권 2기의 순항을 위해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