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이영호·이동걸 관여’ 시사
‘제3노총’(국민노총) 출범에 정부가 적극 개입했다는 사실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발언으로 분명해졌다. 노동계에서는 국민노총을 ‘엠비(MB)노총’으로 부른다. 국민노총 출범에 정부의 입김이 컸다는 평가인 것이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케이티(KT·옛 한국통신)노조 출신의 이동걸 고용노동부 정책보좌관이 있다.이 보좌관이 국민노총 출범에 가장 큰 ‘공신’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노동계에 파다했다. 국민노총은 오랜 준비 끝에 지난해 11월 100여개 노조·조합원 3만명 규모로 출범했다. 국민노총은 한국노총과 정부의 관계가 틀어진 틈을 파고들어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여당과 오랜 정책 파트너였으나 지난해 1월 이용득 위원장이 당선된 뒤 정부와 앙숙이 됐다. 이 위원장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반대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의 파트너 자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올해 1월 노·사·정 신년인사회에 한국노총 대신 처음으로 국민노총이 참여했다. 한국노총에 쏠려 있던 정부의 지원이 점차 국민노총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용득 위원장이 당선된 뒤 제3노총 추진이 가속화되긴 했지만, 정부는 오래전부터 (제3노총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노총이 보수 성향을 띠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민주당 쪽을 지지하는 세력부터 ‘친박근혜 그룹’까지 정치적 지향이 넓다.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한국노총에 위협감을 주면서 노동계 안에 지지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며 “제3노총의 출범은 상급단체가 계속 분열하는 등 노동계가 더 약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노총의 시작은 2010년 3월 출범한 ‘새희망노동연대’다. 노동연대는 한국노총·민주노총과는 다른 제3의 노동운동을 하겠다며 만들어졌고, 지난해 5월에는 새노총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노동연대에는 이동걸 보좌관이 몸담았던 케이티노조와 현대중공업·서울메트로·현대미포조선노조와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이 보좌관과 정연수 서울메트로노조 위원장(현 국민노총 위원장), 오종쇄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의 인연은 2007년 12월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지지를 정치방침으로 내세운 민주노총의 전·현직 간부들인데도, 대선 사흘 전인 2007년 12월16일 조직방침을 어기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한나라당) 지지선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이 보좌관이 몸담았던 케이티노조는 2009년 7월 민주노총을 탈퇴해 민주노조 운동에 타격을 줬다. 국민노총을 이끌고 있는 정연수 위원장의 사업장인 서울메트로노조도 지난해 4월 민주노총을 떠났다. 서울메트로노조 관계자는 “이동걸 보좌관이 서울지하철노조에 자주 드나든 것은 노조 간부라면 다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보좌관은 “정부에서 만들려고 했으면 이렇게 작게 만들었겠냐”며 “임태희 실장과는 연락한 적도 없고, 제3노총에 정부는 관여한 바 없다”고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부인했다.
김소연 박태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