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20개 4703억에 팔고 10년간 4044억 내고 임대
KT “수익성 낮은 부동산을 고부가 자산으로 전환한 것”
케이티(KT)가 부동산 시장에서 ‘자선사업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티가 보유하던 건물들을 매각하고 빌려쓰는 과정에서, 매각한 건물을 상대적으로 높은 임차료를 내고 통째로 빌린 뒤 사무실 공간의 상당 부분을 현저히 싼 가격에 재임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1일 케이티와 부동산 업계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케이티는 지난해 12월 말 서울 용산사옥 등 20개의 건물을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10년간 책임 임차를 조건으로 건물 매각가의 7.5%를 1년 임차료로 내기로 했다. 케이티가 새 건물주한테 내야 하는 임차료는 첫해인 2012년에만 352억6700만원이다. 임차료는 해마다 3%씩 인상돼, 2013년엔 363억3400만원, 2014년엔 374억2400만원으로 늘어나고 2021년에는 460억2700만원을 내는 구조다. 10년간 총 임차료가 약 4044억원에 이른다. 케이티는 지난해 말 20개 부동산을 4703억원에 매각했고, 이 실적 덕분에 케이티는 4분기에 연결기준 28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케이티가 건물주에 내는 임차료인 매각금액의 7.5%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용산빌딩은 연면적 8088평(1평=3.31㎡)에 월 임차료가 6억3600만원으로 관리비를 빼면 평당 7만8000원이다. 이는 주변 시세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콜센터로 쓰이는 용산사옥은 외부 임대 공간이 없지만, 노량진사옥이나 강동사옥, 해운대사옥 등은 유휴공간이 있어 이를 외부에 재임대하고 있다.
케이티 강동사옥의 사무실을 빌려 쓰겠다며 케이티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2~4층의 사무실을 평당 월 임차료 3만8000원, 관리비 1만3000원에 임차할 수 있다”고 했다. 케이티가 강동사옥 4000여평을 521억원에 매각한 뒤 첫해에 매달 내는 임차료는 3억2600만원으로, 평당 8만1000원꼴이다. 비어 있는 사무실을 포함해 높은 값의 임차료를 내고 빌린 뒤, 절반도 안 되는 값에 재임대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티 노량진사옥은 평당 월 6만1000원, 해운대사옥은 평당 7만8000원을 내고 있지만, 케이티에 문의 결과 이들 사옥의 일부 사무실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 재임대 물건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통신업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케이티가 보유한 유휴부동산을 활용하기를 기대했지, 필요한 사무공간을 단기적 이익을 위해서 매각하고 높은 임차료를 내는 구조는 예상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기적 이익 실현을 위해서 장기투자자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지난해 부동산 매각을 자금 조달 문제라기보다는 회장의 연임을 앞둔 실적 맞추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 쪽은 “단일 건물의 특정 공간이 아닌 부동산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묶음) 상품으로 보아 매각가의 7.5%를 임차료로 책정했기 때문에, 특정 건물을 주변 시세와 비교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며 “사무실만이 아니라 창고, 기계실, 주차장, 야적장 등 부속토지 전체에 대한 사용권을 갖기 때문에 사무실만을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고 밝혔다.
케이티는 또 임차료는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된 롯데쇼핑 등 타사의 유동화 사례와 비교해 유사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동산 매각의 목적이 유동성 확보라기보다는 자산가치 상승”이라며 “유선 통신망이 광대역화하고 기술발달로 통신사업을 위해 필요한 부동산의 규모가 줄어드는 데 따라 수익성 낮은 부동산을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