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 사용 대가를 콘텐츠 제공업체에 물리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어 파장이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선통신사와 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주요 인터넷 포털 업체를 상대로 별도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사업자 간 정산원칙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이동통신 사업자끼리 통신망 이용 대가를 서로 주고받는 `상호 접속료` 개념을 유선 인터넷 업체들에도 적용한다는 것. 사업자 간 요금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가바이트(GB)당 75~1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를 운용하는 구글, 플랫폼 사업을 하는 애플 등 외국 사업자들은 한국법인에 `이익금 반환 소송`을 통해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 사업자나 유튜브 등 동영상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돈 버는 만큼 수익을 부담하는 원칙을 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철저하게 트래픽(통신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은 통신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과금 대상이 아니다. 사업자 과금으로 인한 수익은 100% 네트워크에 재투자하거나 콘텐츠 펀드 등을 운용해 사용할 계획인 만큼 이용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통신 업체들은 네이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구글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업자와 일부 동영상 사이트 등 30~40개 업체가 과금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순수 공익 목적의 트래픽`은 과금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네이버 등 포털 업계는 "이미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이용료를 내는 등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추가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인터넷 혁신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통신 3사가 이처럼 과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은 엄청난 통신량을 유발하는 스마트TV가 큰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선제 조치를 취하자는 전략에서 나왔다. 특히 포털 다음이 `다음TV`를 내놓으면서 3사 합의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국은 동영상 트래픽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실제로 구글은 한국의 유선인터넷(PC) 대비 모바일 사용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 사용량도 2010년 대비 2011년 5배나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통신사의 망 투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신사 매출은 정체다. KT는 2001년 21조9901억원 매출에 1조95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만 해도 20조3391억원 매출에 2조137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영업이익률 9.9%를 기록했으나 2011년에는 8.9%로 떨어졌다. 반면 네이버와 다음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지속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28.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다음도 27.1%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권순엽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망 중립성은 구글이나 애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를 무기로 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국에는 어울리지만 한국 등 아시아, 유럽에는 맞지 않는다"며 "특히 트래픽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에는 상황에 맞게 게임의 법칙이 새로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재권 기자 / 황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