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KT, 레임덕의 그늘
[thebell note]
머니투데이 김장환 기자2012.05.03 10:33
더벨 이 기사는 04월30일(08:2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KT 계열사인 A사는 지난해 말 신규 사장 인사를 두고 유례없는 난항을 겪었다. 내부에서 공개모집을 했는데 선뜻 나서는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적이 나쁜 회사도, 그렇다고 규모가 작은 계열사도 아니었다. 평소 같았으면 최소 3명 이상의 지원자를 두고 후보들이 '적임자 가리기'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로 '못 해서 안달'이었지 '하기 싫어서 문제'였던 자리가 결코 아니었다는 소리다. 두 달여 만에 간신히 사장을 뽑았지만, 당시 인사를 둘러싼 내부 평가가 의미심장했다. "최고의 적임자를 찾았다"는 얘기보다는 "등 떠밀려 받은 자리, 좋지도 않겠다"는 얘기가 오갔기 때문이다. KT의 또 다른 계열사 B사는 근 2년여간 진행해왔던 관광업 진출을 올해 초 무기한 연기했다. 한때 관광업 관련 매물을 찾기 위해 M&A 시장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던 곳이다. 당시 B사가 '보류'를 결심한 것은 비단 관광 사업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내부에서 오랫동안 공격적으로 전략을 짜왔던 사업들을 대부분 '추진'에서 '검토'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특히 비중이 크고 돈이 많이 드는 사업들을 앞 다퉈 후순위로 미뤘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그 이면에는 '돈이 궁하다'거나, '마음에 드는 업체가 없어서'라는 문제가 자리 잡은 것이 아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현재 회장 하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보다는, 후일을 도모하자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는 것이다. A사와 B사에서 일어났던 일은 전혀 다른 사례들이지만, 사실 그 내막은 같았다. 바로 KT 내부에서 '이석채 회장 체제'가 얼마나 가겠냐는 '불신'에서 비롯된 일이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KT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정치권보다 더 극심한 '레임덕'을 겪었던 셈이다. A사 사장단 인사에 지원자가 없었던 것은 이런 시점에 이 회장 '라인'을 잘못 타면 얼마 못가 '뒷방 늙은이'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생긴 일이다. B사가 보수적인 태도로 변심한 것도 행여나 이회장 체제하에서 추진한 일이 차기 회장 시기에 '질책'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 KT 내부에서 4년 전 현 정권에 맞춰 부임했던 이 회장의 임기를 "올해가 마지막이지 않을까"라고 규정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금융권 및 공공기관에서도 최근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현 정권 인사들이 점차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물론 이 회장은 지난달 16일 열린 주주총회를 거쳐 어렵게 연임에 성공하기는 했다. 주주간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다시 3년간의 임기가 그에게 부여됐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음 정권에서도 남은 임기는 보장된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내부에서 인식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A사, B사에서 들리는 얘기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KT 노조는 여전히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며 재선임을 비난하고 있다. 내부 곳곳에서 "올해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이 회장이 언제든지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여전히 들린다. 이를 보면 '이석채 2기'를 이제 막 시작한 KT에 당장 시급한 것은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력 다지기'로 보인다. 물론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진 LTE사업 문제(3월 말 기준 가입자수 30만명), 핵심 사업 부재, 스마트TV 인터넷 접속 문제를 둘러싼 협력업체들과 마찰 등 산적해 있는 과제들도 해결이 급하다. 하지만 이 회장을 중심으로 조직이 뭉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