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가벼운 경고' 요청에 방통위 '화답'... 가재는 게 편?
"가벼운 경고 수준 결정을 간곡히 바란다."
"이번 경고는 다른 경고와 달리 강력하게 하라."
'가벼운 경고'를 바라는 KT에 방통위가 '강력한 경고'로 '화답'했다. 하지만 KT가 지난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삼성 스마트TV 서버를 차단해 이용자들과 사회에 끼친 파장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처벌이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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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는 4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KT가 삼성 스마트TV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차별했다며 '경고' 조치했다. 다만 피해가 경미하고 KT가 사과 광고, 피해 보상 등 사후조치를 했다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 중징계는 하지 않았다. 아울러 삼성전자 역시 원인을 제공했다며 앞으로 망중립성 논의에 적극 참여하라고 '권고' 조치했다.
이번 조치가 통신사와 제조사-포털사업자들 이해관계가 걸린 망중립성 논의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당장 통신사들은 최근 스마트TV 셋톱박스 사업을 시작한 다음을 비롯한 포털사업자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한편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허용 요금제(현재 월 5만2000원 이상)를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망중립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피심의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김효실 KT 망가치TF팀장(상무) 역시 "제조사, 포털 등 다른 사업자 영업이익률은 20~30%씩 성장하는데 통신사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면서 "시정조치가 단정적으로 내려지면 사업자 망이용대가 부담 책임이 소멸되고 일반 이용자에 전가될 우려가 있다"며 '가벼운 경고'를 요청했다.
이에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 역시 "과징금도 중요하지만 우리 ICT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망 중립성 논의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면서 "이번엔 경고로 끝내되 사업자 맘대로 끊는 건 절대로 용납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영만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이번 제재 조치는 망중립성 문제와는 무관하다"면서 "KT가 과징금 이상 큰 제재를 받으면 모든 새로운 기기를 망에 붙일 수 있고 KT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해까지 삼성 스마트TV 판매량은 75만 대에 이르지만 실제 KT망을 통해 스마트TV 서버에 접속하는 '삼성 앱스' 홈페이지 가입자는 2만4000명 정도에 불과하고, 4월 말 현재 피해 보상 신청자가 233명에 불과한 게 '경감 사유'였다고 덧붙였다.
망중립성 논쟁-MVNO 경쟁에 '통신사 편들기'
앞서 KT는 스마트TV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약관 상 접속 대상 단말기도 아니고, 스마트TV를 부가서비스로 인정할 경우 애플TV, 구글TV 같은 해외 사업자들도 망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국내 유료방송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방통위는 스마트TV 역시 PC와 같은 접속 대상이고, 해외 사업자 망대가 산정과도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KT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SKT와 KT 계열사인 SK텔링크와 KTIS도 MVNO(이동통신 재판매사업)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 온세텔레콤, CJ헬로비전 등 중소 MVNO 사업자들이 이통사와 계열사간 불공정 거래를 들어 반대해 왔음에도 결국 이통사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이통사 계열사의 선불 서비스는 오는 6월부터, 후불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조건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