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등 2명, 국회의원 62명에 4억 전달 혐의
사용처 안 밝히고 노조원 1인당 10만원씩 걷어
회사 지시 의혹 불구 후원금 낸 전무 등 조사 안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케이티(KT) 전 노조위원장 김아무개(55)씨 등 간부 2명을 국회의원 62명에게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약 4억원을 전달(<한겨레> 2011년 11월21일자 1면 참조)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 15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김 전 위원장과 최아무개(47) 전 노조 정책3국장 등은 2009~2010년 노조원들에게 총 5억4100만원을 거둬 3억8000여만원을 국회의원 후원회에 제공한 혐의다.
지난해 5월 케이티(KT) 노조 김아무개 위원장(오른쪽)이 이석채 회장과 단체교섭을 마무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9~2010년 불법 정치후원금 모금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
선관위와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 등은 국회의원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전달하려고 각 지부에 모금을 지시했다.
노조는 2009년 9월 ‘케이티 노동조합 정책관련 정치세력화 추진’이라는 공문을 지방본부에 보내 정치자금 모금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노조원들로부터 1인당 10만원씩 2009년 1억5500만원, 2010년 3억8600만원을 거뒀다. 어느 국회의원 후원회에 돈을 기부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모금액 가운데 3억8000여만원이 국회의원 62명에게 작게는 110만원에서 많게는 2100만원이 건네졌다.
후원금은 케이티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임위원회에 몰렸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법제사법위원회 7명, 정무위원회 7명, 국방위원회 4명 등이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18명, 자유선진당 8명이었다.
선관위는 회사 임원과 팀장 등 비노조원들이 후원금을 낸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발 조처를 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확보한 2010년 노조 강북지부 후원금 명단에는 전무, 상무 등의 간부가 다수 있었다. 후원금을 낸 한 팀장은 “수석 팀장이 노조에 후원금을 전달한다며 팀장들로부터 10만원씩을 거둬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조뿐만 아니라 회사도 불법 정치후원금 모금 의혹이 제기된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회사 쪽의 지시 또는 동의가 없고서는 전무나 상무 등의 간부가 노조에 후원금을 건넬 수가 없다”며 “향후 검찰에서 회사 쪽 지시 여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회사 쪽이 직접 정치자금 모금에 참여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을 찾지 못해 그 내용은 고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이티 노조의 정치후원금 모금은 2009년 민주노총 탈퇴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노조는 그해 7월 임시 조합원 총회를 열어 민주노총 탈퇴를 의결했다. 두달 뒤에 정치후원금 모금을 지시했다. 당시 회사 쪽 노무 담당은 현 케이티 서유열 사장이다. 서 사장은 최근 국무총리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구속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의 부탁으로 ‘대포폰’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또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4천만원을 건넨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케이티 노조위원장 출신이며, 이번에 고발당한 최아무개 전 국장은 이 보좌관과 함께 노조 간부를 지냈다. 대포폰을 제공한 회사 간부, 불법 정치후원금을 모금한 노조 간부 그리고 노조 위원장 출신의 청와대 비서관들이 오랜 인연으로 얽혀 있었던 셈이다.
이정훈 이순혁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