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SK텔레콤과 KT 홍보실이 발칵 뒤집혔다. LG유플러스에서 카카오톡 무료 음성통화(보이스톡)를 전면 허용하기로 한 데 따른 파장이다.
LG유플러스 '변절'... 이통사 '무임승차론' 설득력 잃어
SK텔레콤과 KT는 지금까지 3G와 LTE 망에서 카카오 보이스톡을 비롯해 다음 마이피플, 네이버 라인 등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이용을 제한해 왔다. 44요금제(월 4만4천 원) 이하 가입자는 전혀 이용할 수 없었고 54요금제(LTE52) 이상도 이용량을 제한해 마음 놓고 통화할 수도 없었다. LG유플러스는 한 술 더 떠 자사 무선데이터망에서 mVoIP를 아예 못 쓰게 막았다.
이처럼 가장 보수적이었던 LG유플러스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LG유플러스의 '변절'에 대해 SK텔레콤 홍보팀 관계자는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놀랍고 당황스럽다"며 충격을 나타냈다. 또 다른 직원은 "3위 사업자니까 가능한 게 아니겠느냐"며 애써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오전 광화문 세안프라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도중 '깜짝 발표' 주인공이 된 이상민 LG유플러스 홍보담당 상무 역시 '3위의 선택'임을 감추지 않았다. 이 상무는 "우린 2세대 망을 쓰고 있고 상대적으로 가입자 수도 적다"면서 "3위 사업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3G(WCDMA)망을 쓰는 SKT, KT와 달리 2.5G망을 쓰는 탓에 아이폰 도입이나 유심 이동 등에서 배제돼 만년 3위를 벗어나기 어려웠던 LG유플러스 처지에선 4G LTE에 이어 또 한 번 뒤집기를 시도한 것이다. LG유플러스로선 당장 경쟁사 44요금제 이하 소량 이용자를 비롯해 mVoIP에 익숙한 젊은 이용자들을 데려올 유인이 생겼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자수가 적은 LG유플러스로선 음성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데이터 수익만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면서도 "음성 수익이 줄어 투자를 못하게 되면 앞으로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요금 인하, 시장 경쟁에 맡기자더니 mVoIP 차단 '꼼수'
LG유플러스의 반란으로 '카르텔'이 깨지면선 그동안 이통사들이 주장해온 '무임승차론'은 힘을 잃게 됐다.
SK텔레콤은 보이스톡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4일 "mVoIP는 이통사 음성통화를 대체하는 서비스"라며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당시 SK텔레콤은 "(mVoIP의 확산에 따른) 이통사 매출감소는 장기적으로 기본료 등 요금 인상, 투자 위축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하락을 초래"한다면서 "제도화가 안된 상태에서 요금제 조정이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실제 SK텔레콤은 mVoIP 허용 대상 요금제를 5만 원대 이상에서 7만 원대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사실상 90% 넘는 스마트폰 가입자들이 3G나 LTE망에서 mVoIP를 못 쓰게 막겠다는 것이다.
KT 역시 당장 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현재 이용 제한 약관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단 이번 LG유플러스의 반란으로 mVoIP 제한 강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더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통사의 mVoIP 이용자 차별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양사도 자의반 타의반 LG유플러스 뒤를 밟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업계에선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나올 때마다 인위적인 요금 인하보다 시장 경쟁 환경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 카카오톡 같은 강력한 경쟁 상대가 등장하자 이번엔 이용자 차별이란 '꼼수'를 쓰는 한편 '제도화'란 명분으로 mVoIP를 이통사 사업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카카오톡 되는 집전화, 이통사 '제살 깎아먹기'?
▲ LG유플러스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스마트 집전화 '070 플레이어'. 인터넷 전화로도 스마트폰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유선 인터넷전화(VoIP)의 경우 망 이용대가, 사업자간 정산 체계 도입 등 제도화를 거치며 이통사 돈줄이 된 지 오래다. 이날 LG유플러스 깜짝 발표 무대가 유선 인터넷전화 신제품 출시 행사란 점도 아이러니다.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215만 명에 이르는 LG유플러스는 이날 스마트폰 기능을 갖춘 인터넷전화인 삼성 '갤럭시 플레이어 5인치'를 선보였다. 기본적으로 가입자간 무료 음성 통화와 300분 영상 통화를 제공하지만 이동전화에 걸 때는 10초당 7.25~11.7원 정도를 받는다.
강현구 LG유플러스 스마트홈사업부장(상무)은 "무료 전화 앱은 가입자끼리만 가능하고 이동 전화나 다른 유선전화에 거는 건 안 되기 때문에 (인터넷전화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나온 '스마트 집전화' 덕에 집에서도 와이파이를 통해 보이스톡 통화가 가능하다. 결국 이통사 음성 수익 관점에서 보면 이날 신제품조차 '제살깎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