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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보이스톡 차단이 국익? 웃기지 마라

관리자 2012.06.15 04:28 조회 수 : 3227

보이스톡 차단이 국익? 웃기지 마라
[뉴미디어기획] 카카오톡 음성통화 논란과 이통사의 미래 ①
강인규 (foucault) 기자
  
▲ 카카오톡의 음성통화 '보이스톡' 베타서비스 시작을 알리는 안내물. 통신망을 이용해 무료로 음성·화상통화를 하는 것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추세다.
ⓒ 카카오
 보이스톡

난리가 났다. 카카오톡이 음성통화 베타서비스를 시작하자 통신사들이 길길이 뛴다. 무료통화는 용납할 수 없는 '무임승차' 행위라는 것이다.

 

때문에 '보이스톡'을 허용하면 통신 품질이 떨어져 이용자가 큰 피해를 보고, 궁극적으로 한국 정보통신 산업이 위태로워지는 등 막대한 '국익 손실'이 따른다는 것이다.

 

한국 이동통신사(이통사)들이 언제부터 고객과 조국의 이익을 그토록 끔찍이 챙겨 왔을까?

 

시곗바늘을 잠시 거꾸로 돌려보자. 2년도 채 안 된 신문에서 이런 기사들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선택 새 기준 '와이파이'" (2010년 6월 14일)

"SK텔레시스, 와이파이 탑재폰 '아우라' 출시" (2010년 7월 21일)

 

이게 무슨 말일까? '와이파이'가 스마트폰을 고르는 '새 기준'이라니. 두 번째 기사는 아예 '와이파이 탑재'를 자랑거리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는 휴대전화에 무선랜 기능이 없었던 말인가. 그렇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국 대다수 스마트폰에는 와이파이 기능이 빠져 있었다. 한국 제조업체는 수출용에는 당연히 들어있던 무선랜을 국내에서는 슬그머니 빼고 팔았다.

 

  
▲ 불과 2년 전만 해도 한국 스마트폰에는 와이파이 장착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다. 와이파이로 통신망 사용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던 이통사들이 제조업체와 방송통신위에 압력을 넣을 탓이다. 사진은 삼성의 옴니아. 3세대 통신망에 와이브로까지 갖춰져 있지만, 와이파이 기능은 빠진 채 출시되었다.
ⓒ 삼성
 옴니아

예컨대 삼성은 '야심작' 옴니아(SCH-M830)를 국내 시장에 내놓으면서 무선랜은 빼버렸다. 당시 이통사는 아이폰 도입을 약속해 놓고도 차일피일 미루는 가운데(당시 '담달폰'이라 불렸다), 아이폰에서조차 와이파이 기능을 없앨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방송통신위는 아예 '보안'을 핑계로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로 무선랜에 접속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 했다. 무인증 접속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려고 했고, '무선랜 단말기 사전등록제' 같은 기이한 제도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렇듯 와이파이는 이통사, 제조업체, 정부 모두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사람들이 무선랜을 쓰면 데이터통신 매출이 줄 것을 우려한 탓이다.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에게 와이파이를 가능한 한 못 쓰게 하는 게 '국익'이고 '산업 발전'이었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국익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선전화로 돌아가는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아이폰이 들어오고 '무선랜 탑재'가 별 자랑거리가 되지 못할 만큼 보편화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심각하다던 '무선랜 보안' 이야기가 쏙 들어가더니, 이제는 와이파이를 많이 쓰는 게 '국익'이 된다고 했다. 국내 이통 3사가 경쟁적으로 와이파이존을 늘린 것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차세대 모바일 주도권 확보'를 위해 2011년까지 공공장소 와이파이존을 16만 5천 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게임은 끝났다

 

  
▲ 한국 이통사들의 무제한 데이터 홍보물. 언제는 '콸콸콸' 쓰라더니, 이제는 음성통화만으로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린다며 엄살을 부린다.
ⓒ 강인규
 콸콸콸

시곗바늘을 다시 돌려 현재로 되돌아오자. 또다시 '국익' 이야기가 들린다. 이제는 카카오톡이 '국익 저해세력'이 된다. 제대로 된 수익모델은커녕, 온전한 서버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새내기 서비스가 말이다. 이 영세한 업체가 한 해 마케팅비만 7조 원씩 쓰는 통신사들을(아니, 소비자와 조국의 안녕을) 위협한다고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이미 게임은 끝났다. '보이스톡'이 아니어도 무료 음성통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그러니 이통사는 공연히 헛물 켜며 소비자의 인심만 잃지 말고, 장기적으로 현재의 음성통화를 대체할 수익 모델을 찾는 게 현명하다. 물론, 보이스톡을 전면 허용해도 당분간 이통사의 음성통화 매출은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음성통화 자체가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살피기로 하자).

 

애플은 한국 시각으로 6월 12일, 3세대 통신망에서도 '페이스타임' 영상 통화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와이파이를 통해서만 영상통화가 가능했다. 애플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음성·영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를 인수해 모바일 운영체제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바이버(Viber), 탱고(Tango) 등의 무료통화 앱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에어타임'처럼 페이스북 친구와 무료로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자칭 '4세대 통신 선두주자'라는 업체들이 '무료 음성통화가 데이터량 폭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이게 사실이라면, 통신사는 모바일 기기로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저화질이라도 비디오 시청에 필요한 데이터 양은 음성통화의 10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한국 이통사들은 4세대 통신(LTE)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모바일로 런던 올림픽 보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4세대 통신은 '대용량 동영상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통신사들의 자랑 아니었던가. 하지만 음성통신 하나로 통신망이 교란되는 마당에, 무슨 배짱으로 전국민의 눈이 쏠린 올림픽을 비디오로, 그것도 고해상도로 보라고 할까.

 

카카오톡이 '무임승차'라고?

 

  
▲ 한국 이통사들의 수익이 악화된 것은 카카오톡 때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 카카오
 카카오톡

한국 이통사로서는 카카오톡이 미울 것이다. 무료 채팅으로 문자메시지 매출을 잡아 먹더니, 이제는 무료 통화로 음성통화 매출까지 위협하려 드니 말이다. 자기들이 깔아놓은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싸다. 그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이 무임승차라면, 모바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다 무임승차다. 포털, 이메일, 비디오, 음악,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모두 말이다.

 

카카오톡·보이스톡을 포함한 앞의 모든 서비스는 '무임승차자'가 아니라 '콘텐츠'다. 사람들이 왜 통신사에 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통사가 귀여워서가 아니라,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카카오톡을 '무임승차'라고 부르는 것은, 혁신적 서비스로 스마트폰과 통신사 고객을 늘려 준 업체에 대한 모욕일뿐 아니라,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사용해 온 고객에 대한 모욕이다.

 

이통사들이 유독 카카오톡만 문제삼는 이유는 경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자와 음성통화 모두 통신사들의 주된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이스톡을 차단하거나 요금을 올려 받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 위배에 앞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큰 혜택이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 지배자가 경쟁서비스의 진입을 막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통신위(FCC)가 마련한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은 무선사업자들이 음성이나 비디오 서비스를 차단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해 한국처럼 이동통신사와 무료통화 서비스가 충돌하는 상황을 겪었으나, 정부는 그 사건을 기회로 엄격한 망 중립성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통신사도 카카오톡이나 보이스톡 같은 경쟁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

 

무료 음성통화를 막는 것은 여러 모로 '국익'에 해롭다. 일차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기 때문이고, 둘째는 기술혁신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산업의 미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보이스톡은 '음성통화'와 '데이터통신'의 장벽이 허물어졌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음성, 화상, 사회교류망, 게임 등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아무리 뛰어난 혁신이라도 기존 업체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차단되거나 차별 받는다면 누가 새로운 기술개발에 나서겠는가. 사실 선발 업체들이 많이 반발할수록 뛰어난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통념, 따라서 기존의 수익구조를 뒤집는 발상일테니 말이다.

 

이통사 수익 악화, 카카오톡 탓이 아니다

 

  
▲ 현대인들은 교류 미디어로 항상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신변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게 생활의 일부가 된 탓에, 특별히 연락을 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여성이 잠시 멈춰 단말기를 확인하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미디어

한국 이통사들은 문자 서비스 시절부터 카카오톡을 싫어했다. 물론 좋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카카오톡이 문자 서비스는 물론 음성통화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카카오톡이 아니었어도 문자와 통화 매출은 변함없이 감소했을 것이다. 공짜 문자 서비스때문이 아니라, 생활 양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24시간 연결돼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교류미디어 때문이다.

 

내가 뭘 먹었네, 어디서 죽치고 앉았네 하며 자질구레한 신변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환경에서 굳이 전화로 연락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할 말이 있으면 페이스북에 한 줄 쓰면 된다. 이제 젊은 세대는 통화나 이메일 없이도 아무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다. 한국에서 통화량이 현저히 줄기 시작한 것은 카카오톡이 존재하기도 전인 2005년부터였고, 다른 나라도 비슷한 감소세를 보여왔다.

 

  
▲ 이통사들을 곤경에 몰아 넣고 있는 것은 무료 통화 서비스가 아니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교류 미디어다. 음성·화상통화와 소셜 미디어는 하나로 통합될 것이고,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이통사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 Wikimedia Commons
 페이스북

문자 메시지 이용률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크리스마스와 신년에 발송된 문자 수가 급감했다는 사실은 이 점을 말해준다. '문자 메시지 왕국'이었던 핀란드는 지난 크리스마스 문자 전송이 22%나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2년 1월 15일 치 기사에서 통신사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이유를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등에서 찾았다.

 

통신사 매출손실에 가장 큰 해를 끼친 건 소셜미디어다. 하지만 어떤 통신사도 감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차단하려 들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은 보이스톡을 막고 차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머지 않아 소셜미디어와 결합돼 도저히 차단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엉뚱한 신생 서비스에 손가락질을 하던 통신사들은 무덤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차단하거나 통신비를 올리는 전략으로 한두 해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나태한 전략으로는 몰락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카카오톡 음성통화 논란은 이통사에 축복인지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변화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카카오톡을 원망하고 차단하기에 앞서, '멸망의 날'에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데 감사해야 한다. 그들이 현명하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서는 보이스톡 전면 허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우려와 달리, 보이스톡 음성통화를 전면 허용해도 이통사의 음성통화 매출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양세에 있는 음성통화를 대체할 수익모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시장에 맡긴다'며 이통사 편을 든 채 뒷짐 지고 있는 방송통신위가 얼마나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2012.06.14 14:37ⓒ 201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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