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만 50개, '갑갑한 KT'의 대전환
민영화 10년에도 때되면 낙하산?···'지주회사' 중심 계열사 재정비될지 주목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2012.06.26 05:00
KT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무엇보다 비통신 계열사를 포함해 KT가 그룹 형태의 거대 기업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KT-KTF 합병으로 KT 자체가 거대해지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스마트 시대에 제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반성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KT의 최종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민영화 10년…경영은 여전히 공기업? KT는 10년전인 2002년 5월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면서 민영화됐다. 하지만 조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여전하다. 이석채 KT 회장은 2010년 주주총회를 마치고 "KT 지배구조는 공기업적 성격이 있다"고 지적하며 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했다. 당시 KT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행보를 '지주회사 등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없는 이상 공기업적 분위기를 쇄신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당장 KT-KTF가 합병하면서 조직은 더욱 방대해졌다. 과거 KTF의 협력회사들은 "과거 '갑'이 1명이었다면 합병으로 갑이 2명, 3명으로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조직구조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파수 전략이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2010년 주파수 할당 당시, KT는900㎒ 대역을 선택했으나 돈만 내고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어 KT는 지난해 주파수 경매 때 자회사인 KT파워텔이 사용하고 있는 800㎒를 대역을 내놓도록 했다. 비용을 들여 모기업 관계인 KT가 800㎒를 확보했지만 이 역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 의사결정·계열사 효율적 운영 나선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무엇보다 지주회사와 계열회사의 역할 분담으로 경영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주회사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고 계열회사는 자기가 맡은 바에만 충실할 수 있어서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KT의 계열사는 50개. 사실상 거대 그룹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중에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계열회사들도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나면 사업이 중복된 회사를 합치거나 M&A(인수합병)를 진행하는데 유리하다. 컨버전스와 콘텐츠 등 플랫폼 부문의 성장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플랫폼 부문을 SK플래닛으로 분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KT는 비씨카드, KT스카이라이프, 금호렌터카, KT뮤직, 싸이더스FNH 등 다양한 컨버전스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 '망 전담회사'? '득일까 실일까' 관심사는 지주회사 방식. 특히, 망 전담 조직이 분리돼 별도 회사가 출현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진영에서 그간 KT의 시내망분리를 계속 주장해왔기 때문에 망 전담회사 설립은 이런 논의를 증폭시킬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망 전담회사가 출현할 경우 KT는 '계열사 밀어주기'와 같은 논란을 감수한 경영을 펼쳐야 한다. 전국에 실핏줄처럼 얽혀있는 KT의 망이 더 이상 KT만의 경쟁력으로 남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망 분리와 별도 기업 설립이 검토되는 이유는 비매출구조를 매출구조로 전환하고, 매출, 비용, 영업이익 분산을 통한 요금인하 압박을 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T를 비롯한 통신사가 요금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많은 영업이익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금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통신사의 이익의 상당부분은 네트워크 재투자에 사용되기 위해 유보한 것이다. 만일 서비스 회사와 네트워크 회사로 분리되면 서비스 회사는 네트워크 회사에 망 사용 대가를 낼 수밖에 없어 이익이 대폭 줄어든다. 더욱이 향후 '망중립성' 논쟁 구조에서도 대응이 편리할 수 있다. KT가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해도 단기간내에 조직을 정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KT를 비롯해 KT 자회사 상당수는 상장사다. 또, KT 지주회사가 비씨카드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한데 공정거래법 개정도 지연되고 있다. 객관적 환경이 사업을 헤쳐모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지주회사 전환 등 조직개편을 구조조정으로 바라보는 내부 반발도 넘어야 한다. KT로서는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그리고 규제당국과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일이 더 시급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