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못말려? DCS 위법 결정에 ‘불복종’ 선언 | |||||||||
“시청자 편익 무시, 신기술 옭아매는 낡은 규제” vs “변칙 IPTV, 규제 공백에 시청자 볼모로 도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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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9일 KT스카이라이프의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서비스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다. 위법 결정으로 DCS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KT스카이라이프는 30일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강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케이블업계는 “당연한 행정 조치”라는 입장이다. 위법성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핵심 쟁점에 대한 양 측 논리를 들여다봤다. DCS는 위성방송 역무 위반? ▷‘공중의 직접 수신’=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 요건으로 ‘공중이 직접 수신하도록 할 목적’을 규정한 전파법에 DCS가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공중’은 ‘수신자 전체’라는 집합적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DCS는 스카이라이프가 자신이 보유한 설비 등을 이용하여 위성방송신호를 전송하는 것이므로 ‘공중의 직접 수신’이라는 개념에 정확하게 부합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공중’을 ‘수신자 전체’로 보더라도 “인공위성의 송신설비는 KT지국까지 방송신호를 송신하는 데에만 이용할 뿐”이고, “방송전송은 KT지국의 IP망을 이용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KT스카이라이프가 주장하는 ‘거점 접시 안테나’는 수도권 17개 KT 전화국(지사)에 설치돼 있다. IP망 역시 KT 소유다. 가입자가 KT스카이라이프 소유의 위성신호를 전달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설비와 사업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무선통신= 전파법 시행령 제28조제2호 나목은 위성방송업무를 “인공위성의 송신설비를 이용하여 송신하는 무선통신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KCTA는 “IP전송구간의 IP망 이용이 부수적·보조적인 차원을 넘어 주된 전송수단 또는 적어도 중요한 전송수단”이기 때문에 DCS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IP망이 없다면 ‘DCS 위성방송’은 불가능 하므로 유선망의 사용을 ‘보조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KT스카이라이프는 “DCS의 경우 주된 전송구간은 여전히 위성을 통한 무선전송구간”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관련법이 수신이 아니라 ‘송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위성방송신호는 무선으로 ‘송신’하기만 하면 관계 법령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위성방송신호가 모든 구간에서 반드시 무선으로 수신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파법(제2조제1항제5호의2)에 따르면 ‘무선통신’은 “전파를 이용하여 모든 종류의 기호·신호·문언·영상·음향 등의 정보를 보내거나 받는 것”을 뜻한다. ‘송신만 무선으로 하면 된다’는 KT스카이라이프 측의 논리가 타당성을 잃는 지점이다. DCS는 IPTV다? 아니다? ▷‘주된 경로’= KCTA는 DCS가 허가 없이 IPTV의 역무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송 신호가 전달되는 ‘주된 경로’는 전화국에서 각 가입자에게 전해지는 IP망이고, 해당 구간은 IPTV의 역무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방송 신호가 송수신되는 물리적 거리를 ‘주된 경로’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위성방송에 대해서는 ‘유선 구간(IP망)이 일부 포함 되어 있더라도 DCS는 위성방송’이라던 KT스카이라이프가 유독 IPTV에 대해서는 ‘모든 구간이 IP망이어야 IPTV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양방향 콘텐츠= KT스카이라이프는 DCS를 IPTV로 볼 수 없다는 근거로 ‘양방향성’을 꼽았다. IPTV의 특성인 양방향 방송이 제공되지 않을뿐더러 “IPTV 방송콘텐츠의 기획·편성 또는 제작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DCS는 IPTV 역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IPTV의 근거 법령인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제2조제1항)은 “양방향성을 가진 인터넷 프로토콜 방식”의 방송을 IPTV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KCTA는 “IP구간(가입자의 셋탑박스~DCS시스템)에서는 양방향성의 구현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며 “실제로 양방향성이 구현되어야만 IPTV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스마트TV·pooq은?”= KT스카이라이프는 신기술을 규제로 옭아매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N스크린 서비스, pooq 등 기존 방송역무 체계에 포섭할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DCS에 대하여만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스마트TV에 대한 규정이 법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예로 들며 “기술진화에 대한 부분은 소비자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KCTA는 “방송사업자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방송사업 이외에 별도의 분리된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정돼 방송법 상 역무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DCS 기술이 “이미 수 년 전부터 소규모 자가 방송용 헤드엔드(아파트, 오피스텔, 리조트 등)로 활용되어 왔다”며 DCS가 ‘신기술’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기술 여부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신기술을 규제해선 안 된다는 논리는 위험할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DCS를 막을 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이는 거꾸로 관련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입자들을 볼모로 ‘무리한 도박’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방통위가 지난달 31일 추가 설명자료를 통해 “신기술 적용 등 새로운 법을 제정이나 개정할 때 까지 시차(time lag)가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위법 상태가 방치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행정의 입장”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청자 편익 위해서? KT스카이라이프는 방통위의 위법 결정 다음날, 문재철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불복종’을 선언했다. 기자회견문의 첫 머리는 “방통위가 고품질을 향유할 수 있는 고객의 권리와 음영지역 해소라는 책임을 외면”했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방통위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DCS를 위성안테나를 설치하기 힘든 일부 지역이나 음영지역 등에 한해 제공하는 ‘수신보조설비’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DCS 가입자 중 상당수가 접시 안테나를 통해 정상적으로 위성방송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의 가입자라고 반박했다. 비용 절감과 가입자 확보의 이점 등을 이유로 KT스카이라이프가 역무를 위반하면서 가입자 모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 김준상 정책국장은 “(여기에서의) 음영지역이라 함은 KT스카이라이프 측면에서 음영지역”이라며 다른 매체나 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국장은 이어 “합법적인 음영지역 커버 방법도 있다”며 “그동안 KT가 음영지역을 어떻게 해소해왔는지 알아보라. 분명히 있다는 말씀 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복 투자 여부도 논란거리다. KCTA는 “지난 2007년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 직접수신이 불가능한 공동주택에 위성방송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방송 공동수신설비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 사항에 위성공동수신설비(SMATV) 관련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신축되는 공동주택의 공시청 설비에 SMATV 설치가 의무화됐다. 건축법 등 관련 규정도 손질됐다. KCTA 측은 “이미 추가로 시청자 부담으로 돈을 들여 설치한 공시청망을 안 쓰겠다는 것 아니냐”며 “중복투자에 따른 국가적인 낭비”라고 지적했다. DCS가 확산되면 이렇게 설치된 SMATV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는 주장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공시청 선로는 지상파가 관리감독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적을 일축했다. 공동주택의 공시청안테나는 위성방송뿐만 아니라 지상파TV와 지상파라디오, 종합유선방송 등을 수신해 각 가정에 신호를 전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시청 설비를 케이블이 훼손해서 (케이블TV를 해지하면) 지상파를 못 보도록 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현재 DCS에 대해 위성, 케이블TV, IPTV, PP 등 사업자간의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시장의 일대 혼란이 명약관화”라며 “현행법에 의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위법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DCS는 안테나를 설치 안 해도 돼서 시청자 입장에서 좋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신뢰 있는 사업자라면 논란 있는 사업에 대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무조건 가입자부터 모집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