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 KT가 강도 높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CP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민주통합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KT가 노조활동을 조직적으로 탄압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은 19일 KT 전국민주동지회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록을 공개하고, KT 이석채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과 고용노동부의 감독 강화 및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 4월 KT 본사 노사협력팀이 원주연수원에서 본사 및 지역본부 노사관리팀장 등 40여 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1박2일 동안 진행한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육에는 올해에만 300명이 넘는 직원이 참여했다.
녹취록에는 KT 노사협력팀이 민주노총 산하 '새노조'와 노조 내 진보적 현장조직인 '민주동지회'를 특별 관리하고, 노조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녹취록에서 강연자는 "민동회는 자신들의 이념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중략)... KT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조합원들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목적달성에 활용하려는 것을 아셔야 한다"고 말하며 민동회를 비방하고 있다.
이어 강연자는 "(새노조가) 지금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팀장님들과 지사장님들이 소속된 지사에 아마 연락을 취할 것이고 활동을 할 것"이라며 "소속 부서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최근에 저런 사람들(민동회)과 관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살펴보시면 앞으로 보장, 관리를 잘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동회, 새노조에 소속 직원의 접근을 차단하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또 강연자는 작년 2월 9일 노조 대의원 선거 당시에 "부산 지사장이 굉장히 자만해서, 민동회 후보가 출마했지만 한 곳에서 투표를 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막상 투표함을 뜯어보니까 민동회 후보가 45% 정도 득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부산의 모 지사는 지난 2008년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투표소를 2곳으로 나눴는데, 지난해 2월 대의원 선거에는 투표소를 하나로 합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T 직원은 "노조 투표 결과만 보면 현 노조가 지지받지만, 익명게시판 등을 보면 불만이 많다. 하지만 투표용지나 투, 개표소 등에 회사가 개입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투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투, 개표소를 잘게 나누는 등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기업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투표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노조가 정해야 하는 투표 방식에 노사협력팀이 개입하고, 투표결과까지 영향을 끼친 행위는 노조법 제81조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은 의원의 지적이다.
은 의원은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대표해 ▲ 이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 ▲ 양심선언으로 보복 해고된 박찬성 전 팀장 즉각 원직 복직 ▲ 조합원 탄압기구인 노사협력팀 해체▲ 노동부, 검찰의 KT 경영진 철저 수사, 엄벌 등 4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KT 전국민주동지회 김석균 의장은 "우리는 그동안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비인간적인 CP프로그램의 증거를 수집해왔다. 이제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던 KT의 모르쇠 행태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피해자 증언과 CP를 실행한 관리자, 그리고 본사에서 CP를 기획한 관리자가 모두 진실을 말하면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고 주장하고,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또 조태욱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CP퇴출프로그램에는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녹취록이 "KT가 공식적, 제도적으로 노조 개입을 시행"한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은 의원은 "노동자 학대 프로그램, 노동관행은 KT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불안, 불신 남긴 요인"이라며 "KT는 국민 세금으로 만들었던 준공공기관이다. 국민 손으로 만든 기업이 불법 노동행위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KT 홍보팀은 "강연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강연 내용이 시의적절했는지 판단한 후 조치할 예정"이라며 "다만 민동회 같은 이런 쪽이 KT에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 아니어서 그 의도가 과연 회사를 위한 부분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