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어떻게 ‘대포폰’ 만들었나? | ||||||||||||
자신도 모르게 대포폰 만든 '대리점주'의 제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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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올해 초 대포폰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직 KT 사장이 청와대 비서관에게 대포폰을 건넨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민간인 사찰 수사과정에서 민간인 사찰의 몸통이라고 스스로 강변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사용한 휴대전화가 바로 KT 대포폰이었다. 당시 KT는 대리점주 아들 명의의 차명폰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했지만 최대 통신사가 대포폰 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최근 한 대리점주로부터 KT가 불법 대포폰을 수집한 의혹을 제보받았다. 이 대리점주는 몰랐던 번호의 휴대전화가 두 아들과 자신의 명의로 만들어졌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아들에게 3대, 자신의 이름으로 한 대의 휴대전화다. 대리점주가 주장하는 대포폰이 만들어진 시기는 공교롭게도 KT 서유열 사장이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대포폰을 건넨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KT는 대리점주 아들 명의의 차명폰이라는 변명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대리점주가 주장하는 KT가 ‘대포폰’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KT가 대리점주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만들고, 만들어진 대포폰 전화비는 KT가 대리점주에게 제공하는 ‘사업자용 전화’에 합산 부과하는 방식이다. ‘사업자용 전화’는 대리점에게 KT가 제공하는 무료전화이기 때문에 대리점주는 자신이나 등록된 가족 명의로 대포폰이 만들어졌는지 알 도리가 없다.
대리점주와 KT의 관계는 하청과 원청의 관계와 유사하다. KT가 판매를 위탁한 대리점은 KT에 대해 항상 ‘을’일 수밖에 없다. KT가 휴대전화 ‘판매 정책’을 내려 보내주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갑을 관계에서 갑이 을 모르게 대리점주 정보를 조금 이용해도 대리점주는 하소연할 길이 없다. 대리점이 부여받은 ‘대리점 코드’를 회수당하면 대리점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
이 대리점주는 현재 대리점 번호를 회수당하고 받지 못한 수수료, 지원금 문제로 KT와 소송 중에 있다. 2002년 유선(당시 메가패스) 대리점을 하던 점주는 2007년 KT 우수대리점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대리점주의 불행은 우수대리점으로 뽑히면서 시작됐다. 우수대리점으로 뽑히면서 유·무선 통합대리점 권유를 받았고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KTF와 합병 과정에 있었던 KT는 유선대리점과 무선대리점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몇몇 우수대리점에게 지원금을 제시하며 통합대리점 운영을 권유했다. 대리점주는 이때부터 휴대전화 판매를 시작했다.
이 대리점주는 판매를 시작하고 KT 본사의 주먹구구식 일처리에 2010년 대리점을 그만둘 때까지 지원금은커녕 수수료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리점주는 “무선영업을 처음해 봐 2~3달 동안 수수료가 들어오지 않아도 그런가 하고 넘겼다”면서 “이게 1년이 넘었을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계속 항의하고 본사 윤리경영실에도 (지급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내용 파악을 부탁했지만 돌아온 것은 대리점 번호 회수였다”고 말했다. 대리점주는 “담당직원에게 하소연을 해봐도 자기들에게 말을 하지 않고 본사 윤리경영실에 제소했기 때문에 대리점을 회수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대리점주는 유·무선통합대리점을 운영하며 받지 못한 수수료와 지원금을 달라고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대포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리점주는 “민사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KT가 수수료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제시한 것이 대리점주가 개통한 휴대전화비와 상계됐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대리점주의 사업용 전화에 합산 부과된 것으로 알려진 휴대전화 요금은 매월 20만 원 넘게 나왔다. 2009년 5월까지 이 전화기 요금만 210만 6,870원이 나왔다. 대리점주는 “장사하는 사람이 번호를 쉽게 바꾸느냐”며 “그때도 지금도 사용하는 번호는 같다. 이 번호를 개설한 적도 사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전화요금 가운데 매월 12~13만원이 인터넷 접속료로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당시는 3G 인터넷 접속이 지금처럼 용이하지 않던 시기, 개인이 12만 원이 넘게 인터넷을 접속한다는 것은 쉬이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개인에게 이와 같이 많은 무선인터넷 요금이 부과됐다면 KT 콜센터에서도 개인에게 연락이 갔을 법한 일이다.
대포폰은 한 대가 아니었다. 대리점주 자신의 명의와 두 아들의 명의로 대포폰이 4대가 개설된 사실이 확인됐다. 대리점주는 민사소송 진행과정에서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을 개설한 KT에 대해 형사고발을 한 상황이다. 대리점주는 받지 못한 수수료와 지원금에 대한 1심 민사재판에서 패소했고 현재는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1심 재판에서 이겼고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라면서도 “대포폰과 관련한 사안은 대부분 허위사실로 처벌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KT가 민사와 별도로 형사상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고 있다”면서 “일일이 뭐는 어떻다고 대응할 만한 게 못된다”고 밝혔다.
대리점주는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과정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을 개인이 이긴 적이 있겠냐”며 “두 아들이 이제 성인이 됐는데 엄마가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것을 앉아서 볼 수만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대리점주가 오랜 KT와의 소송에 지쳐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실을 찾으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최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자료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했지만 몇몇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