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석채 KT회장, 부동산과 광고까지 손대서야
KT가 미디어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KT미디어’를 조만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손댈 사업은 전자책이나 e러닝 등 콘텐츠 사업, IPTV 광고 등이다. 또 부동산 개발과 컨설팅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에 2조원의 현물과 300억원의 현금도 출자할 계획이다. 그동안 서울 강남 영동호텔을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한 KT에스테이트를 부동산 전문회사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KT의 계열사수는 지난 2005년 12개에서 올 3월말 50개로 급증한 데 이어 조만간 54개로 늘어난다. 이미 KT는 부동산, 광고대행, 보험 중개와 카드사 등으로 사업영역이 넓어졌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하는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도, 반대할 수도 없다. KT의 사업확장을 다각화 차원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전국의 많은 부동산을 계열회사가 안정적으로 관리 운영케하려는 포석도 있을 것이며 현재 통신사업의 수익성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KT는 이석채 회장 취임후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차별 사업 확장을 벌여 현재 주력업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국가 기간 통신망을 운영, 공공성을 강하게 띠어온 기업 이미지를 무색케 한다.
이 회장은 2009년 6월 KT와 KTF 합병당시 “통신회사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그는 올 3월 젊은 사원들로 구성된 사내 ‘주니어보드’ 출범식에서 “KT는 재벌기업이 아니기에 여러분 한명한명이 주인으로서 KT의 저력을 키워간다면 우리는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도록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어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말과 달리 모든 것을 KT그룹 울타리안에서 처리하려고 계열회사를 만들면 재벌 기업의 마구잡이 확장과 다를 게 없다. 더욱이 부동산사업과 광고사업까지 손대는 사업구조로는 글로벌기업이나 창의적 모델이 되기에는 멀어보인다.
KT미디어의 전자책이나 광고 사업 등은 기존 출판사나 광고대행회사와 경쟁하는 분야로 동반성장 취지에도 어긋난다.굳이 계열사를 만드는 대신 아웃소싱해 전문업체에 일감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다. 부동산업체 역시 외부의 전문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회장의 자성과 재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