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1400억 지하철 광고사업 '진퇴양난'
도철, 스크린도어 광고물량 축소 요구
KT측 "지금도 적자" 계약변경 불가 반발
KT가 수천억 원대의 지하철 광고사업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광고대행을 맡긴 서울도시철도공사(5678호선)측이 스크린도어(PSD) 조명광고판 물량을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때문이다. KT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이미 800억 원에 육박하는 시설투자비를 쏟아부은 사업을 접을 수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도시철도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어서다. ◇ 잘못 채운 첫 단추..KT 수렁속으로
문제는 5678호선 역사내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조명광고판들이다. 서울도시철도는 스크린도어 하단부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들은 당초 계약대상이 아니었던 만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발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음성직 서울도시철도 사장이 추진한 ‘스마트몰’ 사업을 KT가 ‘퍼프컴’이라는 광고회사와 손잡고 만든 컨소시엄(스마트채널)이 따냈다. 이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협상과정에서 스크린도어 광고판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도시철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수익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도시철도가 이를 수용,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사업이 암초를 만난 것은 음 전 사장이 지하철상가 임대사업과 관련 특혜 제공 및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부터다. 감사원은 2010년 서울도시철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 스마트몰 사업 또한 규정을 위반한 특혜라며 원상복구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서울시는 비상상황에 대비 전동차 1량을 기준으로 스크린도어 비상문 4개소를 확보하도록 했으나 서울도시철도는 2개소만 설치하고 2개소 자리에는 조명광고판을 부착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사업자인 스마트채널 측은 경기침체로 광고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명광고판의 물량까지 줄일 경우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며 강력 반발, 2년 넘게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KT는 스마트채널의 지분 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처음 사업계약을 체결할 때 제시한 최소 보장금이 워낙 커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첫단추를 잘못 채웠다가 발목이 잡힌 사례”라고 말했다. 스마트채널은 광고수주금액에 관계없이 매년 최소 140억원씩 10년간 총 1400억원을 서울도시철도에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 서울도시철도 ‘조명광고판 미철거 시 소송’
양측의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최근 서울도시철도 감사팀이 내부감사를 통해 계약내용 변경을 서두르라고 요구하면서부터다. 감사팀은 지난 9월 해당사업을 담당하는 사업개발실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감사원 조치요구를 미이행하는 등 계약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담당직원 2명을 징계했다.
아울러 스마트채널 측의 사업포기 및 설치된 시설물에 대한 매수청구권 행사 등에 대비해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지적대로 계약내용을 수정할 경우 현재 5678호선 스크린도어 하단에 설치된 대형광고판들을 철거해야 해 사업을 지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징계까지 받는 상황에서 더이상 감사원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며 “스마트채널 측이 계약조건 변경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KT와 스마트채널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체결한 협약서와 실제 계약서 상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계약조건을 변경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사업제안서는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다”며 “법적 효력을 갖는 계약서에 따라 조명광고판을 설치한 만큼 철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몰 사업은
지하철 역사에 전동차 운행정보, 광고 등을 제공하는 LCD모니터 및 조명광고판 등의 광고시설을 설치, 벽면광고 위주의 지하철광고를 대체하는 수천억원대 규모의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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