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혁신, KT가 흔들린다] <하>전문가 제언
[ 2012년 12월 11일 ]
흔들리는 KT호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민간기업으로서의 독립성`이다.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첫 손으로 꼽는다.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전문 경영인 제도가 정착돼야 낙하산 인사 등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 추진하는 사업도 돈되는 곳으로 무분별하게 확장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KT의 구조적 문제는 정권의 경영권 개입에서 출발한다. 과거 공기업일 때는 말할것도 없고, 민영화 이후에도 경영권 개입 의혹은 여전하다. 새로운 CEO가 취임할 때마다 정권 개입 시비로 에너지를 낭비한다.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 역시 정권과의 연관성이 줄곧 논란이 된다.
과거 공기업일 때부터 강했던 KT의 `라인` 문화도 조직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업계는 최근 외부 영입인사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기존 라인 출신들과 전선이 형성되고 이것이 조직 융화를 가로막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KT 발전은 독립성 보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조직 통합과 융화도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꼽힌다. 현재처럼 기존 인력은 개혁 대상으로 치부해 배제하는 형태는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KT 출신 한 인사는 “KT는 위에서 방향을 제시해도 실무자들은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배치되고, 융화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조직변화를 시도했지만, 좋은 방향으로 기본기를 다지며 변화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면서 “기존 라인과 새로운 대세가 부딪치는 형태인 데 조직이 파편화되면 시너지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KT가 추진하는 신사업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성장 정체를 겪는 통신을 넘어 비통신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KT가 비통신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당장 돈이되는 분야에 마구잡이로 진출하기 보다는 전문성과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오래전부터 화두가 돼 온 금융과 IT의 융합을 위해 BC카드를 인수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업계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커피유통, 꽃배달 등 통신과 연관성이 낮은 분야에 진출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영역까지 넘보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재벌의 문어발 사업 확장과 다를 바 없다는 극단적인 비난도 나온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CPND) 가치 사슬에서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넘어 연관된 분야에서 노력하면 박수를 치지만, 완전히 다른 분야로 넘어가면 의문이 든다”면서 “해외에서도 본업과 다른 것을 시도하면 투자자들도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리소스는 한정돼 있는 데 이왕이면 기본 역량이 있는 쪽에 투자해 집중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