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영어교육콘텐츠사업 가입 학원 모집…
학원업 아니라더니 “골목상권 넘봐”
‘순수 교육 콘텐츠 사업이냐, 가맹비 없는 학원 프랜차이즈 사업이냐.’
교육콘텐츠 사업일 뿐 학원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던 KT의 자회사 ‘KT OIC’가 교육 콘텐츠를 기반으로 사업할 학원들을 모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T OIC는 학원연합회의 반발을 의식해 “가맹비용과 소유구조가 없어 프랜차이즈 개념이 아니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일보 기자가 최근 강남의 한 학원 원장과 함께 직접 KT OIC의 상담을 받아본 결과 교사 교육과 인테리어 매뉴얼까지 마련돼 있는 등 사실상 프랜차이즈 모집을 하고 있었다. KT OIC는 등기부등본 사업 목적란에도 ‘학원운영 및 프랜차이즈업’이라고 명시돼 있다.
KT OIC는 태블릿 PC를 기반으로 한 영어 교육 콘텐츠 사업인 ‘스마트리 잉글리쉬’ 학원 모집을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상담차 방문한 KT OIC 관계자는 “스마트리 잉글리쉬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태블릿 PC를 통해 어학 공부를 한다”며 “교사는 직접 강의할 필요 없이 모니터 등을 통해 학생들이 학습 진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체크만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KT OIC에 따르면 스마트리 어학원을 개설하려는 사업자는 KT OIC에 330만원의 초기 비용과 학생 1명당 3만3000원만 내면 된다. 가맹비만 없을 뿐 프랜차이즈 학원 모집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학원 측이 원하면 ‘스마트리 어학원’ 이름에 KT라는 명칭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학원에 교육 콘텐츠만 제공한다고 했던 당초 주장과 다른 대목이다.
게다가 KT OIC는 교사 교육과 인테리어 매뉴얼도 갖추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콘텐츠가 잘 구현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교사 교육과 인테리어 매뉴얼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KT OIC는 또 일반 프랜차이즈처럼 일정 지역에서 여러 사업자가 경쟁하지 않도록 지역권을 심사하고, 지사 사업권도 부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지역 사업권과 같은 개념으로 이를 계약서에 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 측 설명을 들은 학원 원장 A씨는 “초기 비용이 적어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KT라는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쉽게 학원업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강남권에 최소 150㎡ 규모의 어학원을 차리더라도 원어민 교사 주택비까지 포함해 초기비용만 3억원 이상 들기 때문에 솔깃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교육 사업에 진출하면 골목 학원까지 문을 닫을 것”이라며 “KT OIC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고 하지만 가맹비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논란을 피해가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T OIC 측은 “학생 1명당 받는 비용은 가맹비가 아닌 콘텐츠 사용료”라며 “인테리어 매뉴얼은 참고사항일 뿐이고, 프랜차이즈 지역 사업권은 공식적으로 검토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당초 KT OIC는 프랜차이즈 형식의 학원 사업을 계획하다 학원연합회의 반발이 심해져 콘텐츠 사업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