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명 자살·돌연사…정치권 움직임은 언제?
아시아경제 김효진 입력2012.12.28 11:17기사 내용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주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증폭되는 가운데 여야(與野)의 입장차와 현실적 제약이 여전해 우려가 커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28일 KBS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한진중공업의 경우 손해배상소송 판결에 따른 (사측의) 가압류가 노동자 자살의 주요 원인"이라며 "그 외에 쌍용자동차도 (손배 규모가) 이미 237억원, MBC 195억원, KEC 156억원이다. 지금 송전탑에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하루 30만원씩 손배, 그러니까 가압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풀자, 그것을 위해서 어쨋든 상임위를 열자라고 (새누리당에 요구를) 했는데 응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노사의 자율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해결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 다음 안전망이 무엇이겠느냐"며 "자살이라든가 사망이라든가 정리해고가 됐을 때 사실 사측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런 때 당연히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노동자 문제해결 의지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의 일례로 쌍용차 국정조사 문제를 언급한 뒤 "대선 직전에 새누리당이 대선 직후 첫 번째 국회에서, 이것이 오늘인데, 오늘 그 국회에서 국정조사 합의안을 통과시키겠노라고 인터뷰까지 했다"며 "그런데 응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새누리당이) 만약 응답을 해주면 저 사람들(노동자들)이 '아, 우리 판단이 조금 잘못됐나보다. 이게 이명박 정부 시즌2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겠죠. 그런데 지금 그런 얘기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 노동정책의 방향키를 잡고 있는 것은 이제 박근혜 당선인"이라며 "박 당선인이 직접 민생행보를 하면서 어루만지고 '정책을 이렇게 바꾸겠노라'는 분명한 의지를 심어주면 사람들은 기다릴 힘이 생길 것"이라고 촉구했다.
은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건) 민주당의 잘못이지 국민 여러분이나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눈을 부릅뜨고 그 잘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거듭나는지를 살아서 지켜봐달라"며 "힘이 부족하지만 저라도 곁에 있겠으니 제발 좀 살아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이런 지적에 대해 "지금 국회 사정은 그렇게 손쉽게 (노동자 문제를) 가져갈 여건이 되지 못한다"며 "이런 점(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 예산결산 처리를 위한 밤샘논의 등) 을 고려하면 당장 환노위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러나 지금 이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죽음 또한 매우 절박한 문제인 만큼 최대한 빨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들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돌아가신 분들은 손배 가압류나 해고 등으로 장기간의 생활고에 지쳐서 절망한 끝에 자포자기식으로 죽음을 선택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판단을 할 것이다, 이렇게 섣부른 판단을 하면 결단코 맞지 않다. 희망을 가지시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 국정조사 하자는 입장을 저희들도 냈고, 앞으로 여야 원내대표 간에 국회 일정을 고려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양당 합의를 하고 일정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이후 현재까지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 현대중공업 하청기업 노동자 이운남씨, 청년노동활동가 최경남씨, 한국외대 노조지부장 이호일씨, 한국외대 노조 수석부지부장 이모씨 등 5명이 자살 또는 돌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