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02 18:51l최종 업데이트 13.01.02 18:57l 강민수(cominsoo)
▲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 사측으로부터 해고통보 받은 이해관 KT 새노조위원장. 이 위원장은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시키기 위해 KT가 '무늬만 국제전화'로 국민을 속였다는 '공익제보에 대한 KT의 보복해고'라며 규탄했다.
ⓒ 조재현
마이크를 잡은 손은 덜덜 떨렸다. 사회자가 '추우니까 구호를 외치자'고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의 함성은 칼바람을 타고 서울 세종로 광화문 앞으로 흩어졌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으로 영하 10도의 추위를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목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함성은 뜨거워졌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광화문 지사 앞, 20여 명의 사람들이 '단결투쟁가', '동지가'를 부르며 결의를 다졌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50)의 해임을 규탄하고 이석채 KT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KT는 지난달 2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위원장을 무단 결근·조퇴를 이유로 해임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의 해임이 보복성 인사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4월 KT가 주관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가 해외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전화망 안에서 신호처리를 종료하고도 소비자들에게는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폭로했다. 이로 인해 이 위원장은 지난달 5일과 6일 호루라기재단의 '호루라기상'과 한국투명성기구의 '투명사회상'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병원에 입원한 후 통원치료를 받은 것을 무단결근 처리하고 공익제보자 상 수상식 참여를 위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퇴근한 것을 무단 조퇴로 처리해 징계를 강행한 것은 명백한 보복 해임"이라며 "공익제보자를 보호해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고자하는 시민 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발"이라며 해임 철회를 요구했다.
▲ 지난달 31일 사측으로부터 해고통보 받은 이해관 KT 새노조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본사 올레스퀘어에서 '공익제보에 대한 KT의 보복해고'라며 조합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조재현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관련 단체들은 이 위원장의 해임이 노동운동 탄압에 그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결성된 KT 새노조는 조합원이 30여 명으로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에 소속돼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단순한 노동자 해고가 아니다, KT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KT 새노조를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이석채 회장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니까 자기 세상된 듯이 KT 민주노조를 죽이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도 "이석채 회장은 KT 새노조 조합원 수가 적다고 해임을 쉽게 생각했다"며 "7만명 공공운수연맹 노조원들을 해고한 것과 다름없는 처사다,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레 스퀘어'에서 몸 녹이던 이 위원장에게 나가라는 KT 관계자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해임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감사원도 내가 제보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이석채 회장"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세계7대 자연경관투표 당시 사용된 001번호가 국외에 착신번호가 있는게 아니었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KT측에 과태료를 부과하라고 통보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MB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문제 삼으며 한국의 부패지수가 하락했다고 한 지적을 인용해 "MB 낙하산 인사의 소굴이 바로 KT, 낙하산의 대표가 이석채 회장"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KT 경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국민에게 사기를 쳐 요금 폭탄을 때린 진실을 알린 노동자를 보복한 KT를 징벌하는 게 경제민주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게 되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해 해임 철회와 세계 7대 경관 선정 관련 재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기자회견에 앞서 KT 광화문지사 1층에 자리잡은 '올레 스퀘어'에서 몸을 녹이던 이 위원장에게 KT 관계자가 나타나 건물에서 나가라고 했다. 올레 스퀘어는 아이폰 등 통신기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대중에게 공개된 공간인데도 이 관계자는 '해임된 사람이 왜 나타나느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KT측의 과도한 대응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과 노조원들이 올레스퀘어 안에서 집회를 여는 것으로 잘못 알고 나가라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