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 퇴출프로그램 존재"…항소심도 인정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 원고 일부 승소 판결
"114 안내원, 전화 개통 부서로 발령…병·휴가도 안 줘"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부진 인력 퇴출·관리 프로그램'이라는 KT 본부·지사별 퇴출 시나리오가 본사의 묵인 아래 시행됐다는 점이 법원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8일 한모(53·여)씨가 "퇴출 시나리오에 따라 부당해고 당한 만큼 5천만원을 배상하라"며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인적자원 관리 계획', `부진 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에 따라 원고를 부진 인력 관리 대상자로 선정, 지나치게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조직 내 위계질서 저해 등을 유발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KT가 114 안내원이었던 한씨를 기술직인 전화 개통 부서로 발령낸 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발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씨에게 연차 휴가나 병가도 허락하지 않아 근무지 무단이탈 등을 유발했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본사 차원에서 부진 인력 관리계획을 직접 수립, 실행한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각 지역본부와 지사에 지시, 공통적인 기준에 따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T 본사가 퇴출 프로그램을 주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묵인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원고에게도 비위 사실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며 위자료를 원고 측 요구보다 낮은 1천만원으로 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노동단체들은 KT가 상시적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퇴사를 거부하는 근로자들의 자진 퇴사를 유도했다고 비판해왔다. KT는 "일부 지역본부나 지사에서 퇴출 프로그램을 마련했을 수는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수립·시행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