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짝퉁 국제전화, 감사원 하는 말이… | |||||||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사기극, “국제전화 아니라고 보긴 힘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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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는 과정에서 KT가 국내전화를 국제전화인 것처럼 속여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과 관련, 감사원 감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공익감사를 청구한 게 지난해 4월23일, 8개월이 훨씬 지나서야 결과가 나왔는데 정작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거의 없다.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논란이 거셌지만 아직까지 배후와 구체적인 사건 경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도 감감 무소식이다. 감사원이 지난 4일 공개한 감사 보고서는 단 석 줄로 요약할 수 있다. “KT가 2차 서비스 기간에 사용한 국제전화 단축번호는 실착신 번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기통신 번호관리 세칙 6조와 10조 위반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착신 번호 없이 단축번호를 쓰는 데도 이를 그대로 두는 일이 없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 번호로 알려졌던 단축번호 001-1588-7715는 2010년 12월29일부터 2011년 3월31일까지 영국에 있는 001-44-20-3347-0901로 연결됐다. 그러나 4월1일부터 11월11일까지는 기업 회선망을 통해 일본에 있는 투표 집계 시스템에 연결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1차 서비스 기간에는 영국에 실착신 번호가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으나 2차 서비스 기간에는 실착신 번호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실착신 번호가 없었다”고만 밝히고 있는데 “국제전화가 아니었다”고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국제전화가 아니면 국내전화지 뭐냐”고 비판했다. 안 팀장은 “국민적 참여를 유도한 국제전화 투표가 사실은 국제전화가 아닌, 서버만 국외에 두고 전용회선으로 연결한 국내전화였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KT는 심지어 요금을 올려받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KT 국제전화 사기극을 처음 폭로한 KT 해고 노동자 이해관씨에 따르면 2차 서비스 기간에 전화투표는 국제전화 교환기가 아니라 자체 구축한 지능망 서버(ARS)에서 뉴세븐원더스 서버로 직접 연결됐다. 1차 서비스 기간에는 개인→KT사업자→국제전화교환기→영국통신사업자→뉴세븐원더스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국제전화였다면, 2차 서비스 기간에는 개인→KT 지능망서버→뉴세븐원더스로 연결되는 국내전화+전용회선 시스템이었다는 이야기다.
감사원 관계자는 “규정 위반과 별개로 자문을 받았는데 처음 보는 거라 국제전화라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어서 결론을 못 내렸다”면서 “공공기관이면 유권해석을 내리면 되겠지만 KT는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처분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KT가 폭리를 취했는지 여부도 공공기관이면 감사를 해서 징계도 하고 고발해서 수사를 받도록 할 텐데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인 부분이라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진걸 팀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안 팀장은 “국제전화로 착신되지 않는데 001이라는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쓴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면서도 국제전화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라는 해괴망칙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국제전화로 연결되지 않았으면 당연히 국제전화가 아닌 것이고 국제전화인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 폭리를 취했다는 건 충분히 드러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결국 방통위에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권고를 하는 수준에서 발을 빼려는 인상을 준다. 감사원 관계자는 “세칙 위반은 지도·감독 대상이 되는데 폭리가 지도·감독 대상이 되는지는 애매했다”면서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어차피 검찰에 고발을 하더라도 추가적인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안 팀장은 “사실상 KT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KT의 해명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KT는 해명자료를 내고 “감사원의 처분 요구에 해당 투표서비스가 국내전화라는 내용은 없다”면서 “KT는 이미 시작단계부터 일체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어떠한 부당이득도 거둔 바 없다”고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011을 빼고 1588-7715만 눌러도 연결이 됐던 건 사실이지만 처음 홍보했던 번호를 계속 일관성 있게 알리기 위해 기존 번호를 계속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전화투표만 있었던 1차 서비스 기간에는 한 통화에 144원(10초당 18원)을 받다가 4월1일부터 영어 안내 멘트를 우리 말로 바꾸고 투표 소요시간도 70초에서 20초로 줄였다. 그런데 문자투표는 한 통화에 150원, 전화투표는 180원으로 인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KT가 국내전화를 국제전화인 것처럼 속여 한 통화에 100원 이상의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이 사실이 드러났다. KT 관계자는 “001을 앞에 계속 붙였던 건 범국민추진위원회와 제주도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라며 “수익금 41억원 전액은 제주도청에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제주도 공무원들이 쓴 전화비용만 211억8600만원이나 됐다. KT는 “폭리도 아닐뿐더러 수익금 전액을 돌려줬으니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제주도청 공무원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국민들이 물어야 했던 전화요금은 돌려받을 길이 없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헌욱 변호사는 “KT는 이 전화번호가 영국으로 가는 국제전화의 단축번호라고 주장했다가 일본에서 서버를 두고 투표결과를 보낸 것일 뿐, 국제전화는 맞다고 주장했다가 통화상세 내역서가 공개되자 전산을 바꾸지 못한 오류라고 해명했다”면서 “그리고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감사원이 국내전화라고 지적한 게 없으므로 국제전화가 맞다고 우기면서 끝없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KT는 이 가짜 국제전화 번호로 건 통화 수가 얼마나 되는지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그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KT가 국제전화 맞다고 우기면서 밝힌 수익금 규모 41억원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것이며, 이 41억원을 전액 사회 환원해서 부당이익이 없다는 주장도, 그래서 잘못이 없다는 설명도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주관한 뉴세븐원더스는 후보에 오른 나라들에게 과도한 금전적 요구를 해서 여러차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개인이 만든 유령 단체라는 비판과 함께 중복투표를 무제한 허용하는 투표 방식도 논란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뉴세븐원더스의 공신력을 문제삼아 후보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뉴세븐원더스는 어떤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은 채 2011년 11월11일 7대 자연경관을 발표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18일 시민단체들이 우근민 제주도 도지사 등을 횡령과 기부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KT는 지난달 28일 국제전화 사기극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을 해고조치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무단결근 등 근무태만이지만 공익 제보자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9일 오후 감사원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