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 박근혜에 미운털? 벌써부터 후임 거론 | |||||||
임기가 2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왜?… “진작 물러 났어야 할 사람” | |||||||
| |||||||
KT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 이석채 회장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KT 회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거론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기업에 낙하산을 내려 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KT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장기 집권을 위한 친정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KT는 지난 1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윤리경영실 실장을 맡고 있는 정성복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년 검사 경력의 남상봉 변호사를 법무센터장 전무로 영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일에도 GMC전략실 실장을 맡아왔던 김은혜 전무를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전진 배치하는 등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이석채 회장이 확실한 자기 사람을 심어두고 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관측이 나왔다.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성복 사장은 2008년 서울고검 차장 검사로 재직하다가 KT에 영입됐다. 정 부회장이 윤리경영실 실장으로 오면서 상무보급인 실장이 부사장급으로 올랐는데 영입 1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가 이번에 다시 부회장급으로 격상됐다. 정 부회장은 사법고시 25회 출신으로 대검찰청 감찰과장 시절 현직 검사장의 비리를 파헤쳐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검사 출신 정성복 부회장의 초고속 승진에 이어 역시 검사 출신의 남상봉 전무를 영입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남중수 전 KT 사장의 불명예 퇴진을 떠올리며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남 전 사장은 배임 수재 등의 혐의로 2008년 11월 구속됐다. 후임인 이 회장은 사장추천위원회의 공식 추천을 받아 임명됐지만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남 전 사장의 구속에도 정치권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쪽에 선을 댔으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쪽에 더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을 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이 회장과 막역한 것으로 알려진 김현철씨까지 문재인으로 돌아서면서 아무래도 박근혜 당선인 쪽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선거 막판에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도 박근혜 정권에서 이 회장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김 전 대통령 시절 농림부 차관과, 제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지냈다. 김현철씨와는 경복고 선후배라는 인연으로 김현철 사단의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2011년 9월,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 등과의 술자리가 문제돼 사임했던 조용택 당시 전무를 지난해 7월 복직시켜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에 임명한 것도 대선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대선 직후 회사를 그만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안팎에서는 해임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KT는 해임이 아니라 퇴직이라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의 조 부사장은 2008년 대선 당시 손학규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언론공보를 지내 현재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손학규 전 당 대표 인맥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특히 정대철 고문 등 민주당 구파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성복 부회장이 대법관 출신으로 새누리당에 합류했던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라인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위원장은 서울대 행정학과를 중퇴한 사법고시 17회 출신이고 정 부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25회에 합격했다. 두 사람은 1990~1991년 대구지검에서 함께 일했고 1997년에는 서울지검에서 다시 만난다. 안 전 위원장은 대검 연구관과 중수부장을 지냈고 정 부회장은 대검 감찰과장 출신이다.
KT는 이번에 영입된 남상호 전무와 관련, “산업보안 이슈대응과 지식재산의 보호와 가치창출, 디지털포렌식, 개인정보보호 등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제주 7대 세계경관 수사에 대비 차원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KT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정부가 공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회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했던 경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상징적 인물”이라면서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타워팰리스에 사택을 마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들을 받아들이고 임원 임금을 끌어올리고 정작 통신비 인하에 반대하는 등 KT 사장에 가장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진보개혁 정권이 등장하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이 회장은 철저하게 주주자본주의 기조를 고수,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엄청난 고액배당으로 국제 투기자본의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령 박근혜 당선인이 집권 이후 이 회장을 밀어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석채 류가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가 사업보고서에서 공개한 이 회장을 포함한 사내 이사 3명의 보수 한도는 연 65억원이다. KT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연봉이 3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리는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KT 회장은 20개 이상의 계열사 사장 인사권과 함께 3만명 이상의 임직원을 거느릴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KT 회장이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보다 더 매력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조 부사장은 해임이 아니라 퇴직한 것”이라며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의 후임을 둘러싼 항간의 소문에도 “답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