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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KT 인력퇴출프로그램 해고는 부당”
‘20년 114 서비스→ 전신주 업무’ 노동자에 위자료 지급 판결… 줄 소송 이어지나?
[0호] 2013년 01월 14일 (월) 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법원이 퇴출 프로그램을 활용해 노동자를 해고한 KT에 대해 그 해고가 부당하며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대기업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부당성을 지적하며 제동을 건 판결이 이례적인 만큼 관련 소송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8일 청주지방법원 민사 1부(판사 이영욱)는 KT 해고자 한아무개씨가 KT와 이석채 사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한씨에 대한 해고가 KT 서부지역본부와 충주지사가 작성한 ‘인적 자원 관리계획’,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면서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한씨는 지난 1981년 체신청 기능직 공무원으로 임용됐다가 1983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직원으로 근무해왔다. 그는 2001년까지 약 20년 동안 114 전화번호 안내를 하다 2006년 고객기술서비스팀 현장개통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2008년 10월 31일 KT는 고객클레임 유발, 직무태만 등으로 그를 파면했다.

 

해고 당시 한아무개씨가 소속된 고객기술서비스팀에서 현장개통업무를 담당하는 여성은 한씨 혼자였다. 한씨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KT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기각했다. 현재 한씨는 같은 팀에 근무하고 있다. 현장개통업무는 담당하고 있지 않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씨의 해고가 KT의 퇴출 프로그램 시나리오의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KT의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KT 충북지역본부 충주지사는 2007년께 114 잔류자, 민주동지회 관련자, 업무부진자 등 11명을 퇴출 및 관리대상 중 핵심관리대상으로 지정하면서 5명을 퇴출목표로 정했다. 추진방향에는 ‘일반직원과의 격리로 소외감 유발(온정주의 절대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퇴출 및 관리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에 따르면, 인력 퇴출은 ‘실적 및 근무태도에 대한 세부사항 수집→ 단독업무 부여→ (업무 부진시) 업무지시서 발부→ 업무촉구서 발부→ 서면 주의→ 업무지시서 재발부→ 인사상 경고조치→ 징계→(과정 반복 뒤) 파면’으로 이루어진다. 2005년 4월 1일 당시 인력관리실 인사팀 차장이 작성한 명단에는 전국 기준 부진인력은 1002명이고 한씨도 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KT의 기업이미지. KT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재판부는 이 같은 문건을 거론하면서 해고가 부당하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직명령으로부터 이 사건 파면처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이사권 및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징계해고 등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 등을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해 해고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한 경우”에 비유하면서 “사용자에게 부당해고 등에 대한 고의·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불법행위가 성립돼 그에 따라 입게 된 근로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도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KT에 천만 원의 위자료를 한씨에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KT는 본사 차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수립한 적이 없고, 지역본부·지사의 이 같은 프로그램이 경영능률 향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인사관리권’이라고 주장했다. KT는 한씨의 파면 사유로 △고객클레임 62건 유발 및 실적 저조 △근무지 이탈 △조직 질서 문란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KT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T가 클레임의 구체적 내용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인과관계가 없으며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하기 어렵고, 차별적인 업무 부여로 한씨의 직무수행능력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한씨가 전치 3주의 부상을 사전에 알렸지만 거절당한 뒤 5시간 정도 외출을 했고 △KT가 한씨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는지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한씨에 대한 노무관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관리한 점을 들어 “파면처분은 징계의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KT는 즉시 상고할 계획을 밝혔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1심에서 승소했는데 2심에서 판결이 다르게 나왔다”면서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원고 주장대로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한 바가 없다”면서 “상급법원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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