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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퇴출프로그램, 본질은 범죄적 구조조정”
[인터뷰] ‘KT 부당인력 퇴출 프로그램’ 부당해고, 위자료 지급 판결 이끌어낸 우수정 변호사
[0호] 2013년 01월 14일 (월) 박장준 기자 weshe@mediatoday.co.kr

지난 8일 ‘KT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의한 해고가 부당하고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청주지방법원 민사 1부(판사 이영욱)에 대해 소송 대리인 우수정 변호사는 “대기업의 퇴출 프로그램 불법성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이자 노동자의 정신적 상처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우수정 변호사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대기업에 암암리에 반인권적인 퇴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를 “소리 없는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우 변호사는 “퇴출 프로그램으로 압박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오고,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부당성을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저항하는 사람이 드물 뿐더러 저항하면 사전에 징계 사유를 만들어놓고 해고를 하기 때문에 공론화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 같은 해고를 ‘불법’이라고 한 데 대해 우수정 변호사는 “법원이 해고를 무효라고 한 것을 넘어 불법으로 판결한 것은 KT가 사전에 해고 사유를 만들어 놓고 고의적으로 퇴출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퇴출프로그램의 불법성을 법원이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전했다.

 

우수정 변호사이 전한 KT 등 기업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실행 과정’은 범죄에 가깝다. 관리자가 관리대상 노동자에게 음주를 시키고, 음주운전을 유도해 이를 징계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 우수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번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한아무개씨의 경우, 이 같은 ‘함정’에 빠진 경우다.

   
KT의 기업이미지. KT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우수정 변호사는 “이 사건의 수사기록을 보면 범죄적 사실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KT는 ‘퇴출 대상’에게 차별적인 생산성 기준을 적용했다. KT는 개통팀에 50대 여성을 한 명 배치했다. 이 업무는 전신주에 올라가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센 일반전화 개통업무에 한씨에게 주로 배치했다. “KT가 인사평가에서 전신주에 올라가는 일반전화 업무에는 0.5점, 설치가 쉬운 인터넷전용선 설치에는 2.0점을 줬다”면서 “업무의 80%를 일반전화 개통으로 받은 한씨에 대한 점수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우수정 변호사는 전했다.

 

이 프로그램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우수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우 변호사는 “시험점수가 낮다고 하는데 ‘퇴출 대상’이 일을 나간 시간에 나머지 인원들은 책을 펴놓고 시험을 봤고, 한씨는 혼자 시험을 보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연히 점수는 형편없었고, KT는 이걸 가지고 징계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사평가와 업무 관련 성적은 징계로 이어졌고 결국 한씨는 파면 조치를 받았다. 이를 두고 우수정 변호사는 KT의 이를 두고 “애초 징계사유 없는 사람을 미리 선정해 사유를 만든 뒤 징계를 하는 방식”이라며 “범죄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판결이 기업의 불법·범죄적 구조조정에 대한 ‘경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수정 변호사의 바람이다. 그는 “이 판결 내용에 대해 언론은 ‘KT가 나쁘다’는 정도로 보도하는데 실제적인 구조조정이 불법·범죄적 행위로 점철돼 있고 이것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언론에서 KT의 부도덕성에 집중한다. 따지고 들어가면 이 문제는 KT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단행하는 구조조정의 근본적인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대기업에게 ‘구조조정을 자제하라’고 했다. 그런데 박 당선자가 구조조정의 밑바닥에 범죄적 행위에 대해 아는지 모르겠다. 아마 모를 것이다.”

 

우수정 변호사는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할 때 뒤따르는 ‘부도덕성’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고에는 징계해고, 정리해고 두 가지가 있다”면서 “KT의 경우, 천문학적 이익이 있는 기업이고 노동자를 정리해고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희망퇴직을 받아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한 뒤 저항이 심해지면 사직을 권고하거나 퇴출 프로그램을 가동시킨다”고 말했다. “보통 ‘못 쫓아내면 네가 나가야 해’라는 식이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이 살기 남기 위해 범죄적 행태를 통해 대상자들을 내쫓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17일, 이석채 KT 대표이사는 한국경영인협회(회장 고병우)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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