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세계7대경관 국제전화 사기 경징계에 '뒷말'
228억원 편취한 범법행위에 350만원 과태료 처분
방통위의 솜방망이 처벌은 권력눈치보기 비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8일 세계7대자연경관 전화투표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고 막대한 국부를 유출한 KT에 3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린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죄질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함으로써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불법행위를 주도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린 경영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어 어물적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 가운데서도 KT의 위법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는 소수의견이 있었다.
전기통신관리세칙 제10조1항1호는 국제전화는 반드시 001로 시작하는 식별번호를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제주도의 세계7대자연경관 전화투표 서비스에 1588-7715만을 눌러도 연결이 가능토록 해 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범법행위를 했다.
이해관 전 KT 노조위원장은 "개인(투표자) → KT → 국제전화교환기 → 영국통신사업자 → 뉴세븐원더스 순으로 연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투표자) → 대전소재KT 지능망서버 → 뉴세븐원더스 집계시스템으로 연결되도록 했다"며 이는 국제전화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국내요금을 부과해야 마땅하나 값비싼 국제전화 요금을 물었다는 것이다.
KT의 지능망서비스 약관에 따르면 전화투표는 180초에 50원, 문자 투표는 100원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KT는 감사원과 방통위 조사과정에서 국내지능망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가장해 전화투표 180원, 문자 투표 150원을 징수하는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KT가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행정기관이 부담한 비용 228억원에 수십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수익의 절반은 뉴세븐원더스의 몫으로 넘겨주기로 계약해 최소한 114억원 이상의 국부가 유출된 셈이다. 이러한 엄청난 사건에 방통위가 내린 징계는 고작 과태료 350만원이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방통위가 KT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데 대해 권력의 눈치 보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뉴세븐원더스는 정체가 불분명한 단체로 세계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무작위로 메일을 보내 7대자연경관후보가 되는데 199달러만 내면 되는 것으로 홍보했고 여기에 제주도가 포함되었다. 곧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위원회가 꾸려져 김윤옥 여사가 명예위원장, 정운찬 전 총리가 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투표참여를 권장함으로써 권력의 중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초기에 전화투표 요금은 144원이었으나 2011년 2월 유선에서 무선으로 투표방식이 변경되면서 424원으로 요금이 인상되자 차익을 KT가 무는 바람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2개월 후 지능망서버를 통한 단독투표시스템을 구축해 문자투표는 150원, 전화투표는 180원으로 요금을 조정하고 영어안내 방송도 우리말로 바꿔 서비스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KT가 이러한 속임수를 동원해 편취한 금액은 한 통화에 100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관가에서는 KT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명확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선 행사인데 정부기관이 중징계를 내리기에는 눈치가 보였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다룬 감사원의 애매모호한 판단도 불법을 저지른 KT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빌미를 줬다. 감사원은 “KT가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둔갑시켜 사용한 국제전화 단축번호는 실제 착신번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국제전화가 아니다'라는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국제전화라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었다며 KT가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감사를 할 수 없어 폭리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처분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관은 유죄 경영진은 무죄?
방통위는 번호를 조작하고 과도한 요금을 부과해 폭리를 취한 사실을 인정해 KT 법인에는 과태료 350만원을 부과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한 경영진이나 실제 행위를 주도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감독 책임을 물어 방통위원장에게는 '주의촉구'라는 징계를 내렸다. 도둑질한 당사자는 처벌 하지않고 도둑질을 감시하지 못한 상사를 더 엄하게 처벌한 꼴이다.
우리 상법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 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 연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를 감안한다면 회사가 불법행위를 하도록 의사결정한 경영진의 책임이 무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KT의 경영진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방통위는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감사원이 법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가벼운 과태료 처분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려 경영진에 면죄부를 주려한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