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리더십 위기’ | ||||||
KT측 “확인되지 않은 얘기 왜 이렇게 나도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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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전·현직 경영진이 2010년 주가 상승기에 집중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채 KT 회장은 2009년 취임 직후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본사 인력 3천명을 현장에 전환 배치했다. 그해 말에는 5천9백여 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단일 기업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KT 일부 임원이나 계열사 대표는 2010년 2분기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스톡옵션을 쏟아냈다. 표현명 사장과 이민희 전 KTF 부사장, 정수성 전 KTF 부사장, 김기철 전 KT테크 대표, 송주영 전 KT테크놀로지 대표, 한훈 전 KT네트웍스 사장 등이 이 기간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가가 가장 높은 시기였다.
KT측은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0년에 행사된 스톡옵션은 2003년과 2005년에 부여된 것으로 행사 기간이 9월8일까지였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만료되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세 차익 역시 크지 않다고 한다. 앞서 관계자는 “13명의 임원이 거둔 시세 차익은 5억원 정도이다. 대다수가 퇴임한 임원이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일부 경영진은 현직이었거나, 행사 기간이 남았음에도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직원들에게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경영진은 잇속을 챙겼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KT의 한 관계자는 “주가를 올리기 위해 상여금으로 받은 돈까지 자사주 매입에 써야 했다.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를 떠나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라며 허탈해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이석채 회장의 ‘황제 경영’ 논란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까지만 해도 KT의 이사 보수 한도는 35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KTF와의 합병을 앞두고 5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듬해 또다시 65억원으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2011년에는 10억원 규모의 이회장 사택 문제가 불거졌다. 이회장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자택을 두고, 회사에서 마련해준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KT측은 “이회장 취임 직후 이사 보수 한도를 5억원 줄였다. 65억원도 합병 전의 KT와 KTF의 이사 보수 한도를 합한 것보다 적은 규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경영진의 보수 한도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한 데다, 이회장 취임 이후 보수 한도를 5억원 줄였다가 이듬해 다시 20억원을 늘렸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KT의 ‘돈 잔치’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지난 5년간 KT 직원의 평균 임금은 5천1백88만원에서 5천8백67만원으로 1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가 30% 정도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KT 직원은 “4년 전 KT와 KTF 합병 당시 KTF 직원은 평균 10% 이상 연봉이 깎였다. 당시 KTF에서 받은 연봉과 지금 받는 연봉이 같다. 이 탓에 한창 열심히 일할 능력 있는 3, 4년차 직원들 상당수가 경쟁사로 이직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 4년 동안 KTF 출신 직원들의 실질 임금이 30%가량 줄어든 셈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석채 희장의 고민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회장은 2009년 1월 취임과 함께 ‘All New KT’를 선언했다. 우선적으로 내부 기강 확립에 공을 들였다. 100명이 넘는 KT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의 비리가 내부 감사를 거쳐 검찰에 적발되면서 ‘피바람’이 불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성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한 지역본부에서만 1백70여 명이 적발되었다. 수사 내용을 내부 통신망에 올려 다른 지역에서도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이회장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사업적인 변화도 꾀했다. 취임 5일 만에 KT와 KTF의 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아이폰을 처음으로 도입해 국내에 스마트 혁명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력 사업인 통신 부문의 순이익은 꾸준히 감소했다. 이회장은 비통신 분야로 눈을 돌렸다. 2010년부터 BC카드와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KT의 계열사 수는 이회장 취임 이후 29개에서 45개까지 증가했다. 언론에서는 이회장에게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하지만 순전히 성과만을 놓고 보면 의견이 분분하다. KT측은 “이회장 취임 이후 편입된 계열사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2009년 이후 편입된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KT 총이익의 11.7% 수준이다. 경쟁사보다 300%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력 사업인 통신 부문은 반대였다. 수익 구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매출은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4년간 경영 성과 두고 평가 엇갈려
KT의 영업이익은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부채율은 지난해 1백55.91%로 전년에 비해 32%나 상승했다. 부동산 자산을 팔아 큰 폭의 손실은 막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회장은 매년 50%의 배당을 유지해 ‘자리 보전용 정책’이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KT가 지나치게 단기 수익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특히 야구단 창단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회사 관계자는 “야구단에만 향후 5천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들었다. 투자 대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 영역 침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KT는 현재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우려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 건설이나 커피 유통, 사후면제환급제도(세금환급대행) 사업, 심지어 지하철 광고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회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특허를 내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까지 빼앗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회장은 현재 회사 안팎에서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혁신 전도사’의 입지 또한 흔들거리고 있다.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이회장의 후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회장이 새 정부의 압박을 견딜 수 있겠느냐”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회장이 지난해 인사에서 내부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종의 보험 성격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윤리경영실 정성복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2009년 부사장으로 발탁된 지 4년 만에 2인자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그동안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 역시 경영 전면에 배치되었다. 김 전 대변인은 그룹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커뮤니케이션실장으로 임명되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인 오세현 전무는 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 두 사람 모두 이회장에게 발탁된 후 고속 승진을 이어온 터여서 내부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로열티가 있는 기존 직원을 승진에서 배제한 채 외부 인력만 우대하고 있다. 기존 직원을 일종의 개혁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KT 직원은 “낙하산은 자기 임기 동안 눈에 보이는 실적만 챙긴다.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은 도외시하기 일쑤이다.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 당선인이 이회장 임기(2015년 3월)를 보장한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해서 걱정스럽다. 낙하산은 정리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원칙에도 부합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