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은 주주에게 이익을 분배한다는 점에서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의 장기적인 이익 감소 우려가 높아지면서 고배당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불거져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과 KT는 2013년 주당 배당금액을 최종 확정했다. SK텔레콤은 주당 84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5.3%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 5일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보통주 기준 주당 9400원을 배당하겠다고 밝혔으나 최종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와 동일한 금액으로 확정했다. KT도 지난달 3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한 주당 20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KT가 2011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향후 3년간 주당 2000원의 배당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는 올해 구체적인 배당금을 공지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통신사가 배당으로 지출하는 돈은 예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회사 이익 창출 능력은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조6754억원을 기록해 전년 2조1845억원 대비 23.3%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조24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조7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5% 감소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2% 감소한 7190억원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125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4.7% 감소해 반 토막이 났다. 순이익은 626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산업이 하향세를 보이는 만큼 고배당으로 이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해야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안전마진을 제공하고 주가 하방경직성을 확보해야 투자자들을 붙잡아둘 수 있다"며 "일시적으로 이익이 악화된다고 해서 회사 배당정책에 손을 대면 투자자가 빠져나가는 등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배당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 이번에 SK텔레콤이 올해 지급하는 배당금 총액은 5854억원으로 순이익의 절반에 달한다. KT 배당금 총액은 4874억원으로 순이익의 68%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고배당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 성장에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업황이 불확실한 회사들은 현금을 확보해 놓고 위기에 대응해야 하지만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고배당 회사들은 배당 정책을 쉽게 바꿀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고배당으로 돈을 계속 지출하게 되면 정작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고배당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오히려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금리를 크게 웃도는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져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LTE 가입자가 늘면서 통신사 영업이익도 다시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