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각종 논란들에 골머리 "터지고 터졌다" | ||||||
일각에선 이석채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 보이기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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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T에는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인다. 이석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말이 또다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황은 다소 머리가 아프다. 2009년 취임 직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비상 경영’을 선포했던 이 회장이건만, 최근에는 실적부진의 상황 속에서도 ‘돈 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고임금, 사택 등 불미스러운 일에 이 회장의 이름이 자꾸 오르내리는 것이다. 게다가 친인척 회사에 대한 배임 의혹, 문어발 사업 논란에 대한 지적까지 나왔다. 비 통신 부문에 발을 넣으며 본격적으로 몸집불리기에 나선 KT. 그러나 최근 겪고 있는 진통이 만만찮은 모양새다.
부동산 내놓고, 구리선 내놓고…실적부진 때문인가
친인척 회사에 배임의혹 쏟아지자 “법적검토 후 대응” KT는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영업(잠정)실적을 발표했다. KT의 매출은 23조 790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와 4분기를 비교해도(전기 대비 0.5%), 4분기만 놓고 봐도(전년 동기 대비 3.6%) 매출은 증가세였다.
영업이익 시름시름 반면 영업이익의 사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KT는 영업이익을 1조 2138억원이라고 추정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6%가 감소한 수치였다. 4분기만 놓고 봤을 때는 더 민망하다. 영억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6% 줄었다. KT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일회성 비용 증가와 회계기준 변경이 바로 그것이다. 일회성 비용은 인건비의 소급적용(900억원)과 세무조사에 따른 세금추징(600억원)을 의미한다. 회계기준 변경은 3분기까지는 영업이익으로 잡히던 부동산과 구리선의 매각이익이 4분기부터 영업외 수익에 들어간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KT의 영업외수익은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지속된 당기순손실 등을 볼 때 KT의 상황은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율은 2011년 125.4%에서 2012년 155.9%로 전년 대비 30%가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부동산과 구리선 매각이 실적부진을 상쇄시키기 위한 KT의 술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강동지사와 가좌지사 등이 매각 후에도 임대료를 지급하며 남아있다는 소식은 의혹에 힘을 실었다.
‘고임금·고배당’ 이처럼 KT가 실적부진으로 고생하고 있는 가운데, 임원들은 풍족한 삶을 누린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크다. 이 회장의 취임직후 KT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비상 경영’을 선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아함이 생기는 대목이다. 먼저 임금과 관련해서다.
KT 이사들의 보수한도는 2006년 35억원이었으나 2009년 45억원, 2010년에는 6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앞서 KT 측은 65억원 책정과 관련해 “KT와 KTF 합병 전 이사 보수한도보다는 적은 금액”이라고 항변했지만, 2009년 구조조정을 고려하면 1년 새 이사 보수한도가 45% 증가한 데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KT 경영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가장 높았던 2010년, 스톡옵션을 행사해 시세 차익까지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KT 측 해명이 뒤따랐지만, 이사 보수한도 증가와 스톡옵션 행사가 구조조정 이후인 2010년 일제히 일어났다는 점에 의구심이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을 둘러싸고 ‘연봉이 30억원을 상회한다’, ‘KT에서 10억원을 들여 이 회장에게 타워팰리스 전세를 마련해줬다’ 등의 소문까지 퍼졌다. 어려움에 처한 회사와 달리 경영진은 오히려 좋은 환경에 있었던 것으로 비춰지면서, KT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더 차가워져갔다.
배당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현 KT의 침체를 놓고 “고배당→저투자→저성장”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에도 KT는 2009년부터 2000원대 수준의 배당을 유지해오고 있다. 물론 주주 입장에서는 고배당이 좋지만,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시점에서 고배당은 지양해야 한다.
이와 관련,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토론회에 참석해 “KT는 설비투자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서 통신비 인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설비투자 축소에 의한 비용절감의 몫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며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면서 주주의 이익을 보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공시에 따르면, KT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비 비중은 2008년 2.96%에서 2011년 1.53%로 줄었고, 설비투자비 비중은 2011년 16.3%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배당→저투자→저성장’ 공식이 나타나는 행보인 것이다.
8촌 친척까지 문제로?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배임의혹이 불거졌다. KT가 영어교육콘텐츠업체 OIC랭귀지비주얼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 의구심이 싹텄다. OIC랭귀지비주얼은 이 회장의 8촌 친척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연관이 있는 회사였다. 업계에 따르면, OIC랭귀지비주얼이 KT 계열사로 편입하기까지 과정은 다음과 같다. OIC랭귀지비주얼은 2008년 12월 유 전 장관이 운영하던 아헤드코리아와 KT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자본금 10억원 중 80%(160만주)는 유 전 장관이, 20%(40만주)는 KT가 부담하는 형태였다.
유 전 장관의 지분 110만주가 황경호 이퓨처 대표(현 KT OIC 대표)에게 넘어간 때는 2011년 10월. 당시 황 대표는 유 전 장관의 지분을 총 11억원(주당 2배 가격)에 매입했다. 이후 KT는 OIC랭귀지비주얼을 57억원에 인수해 2012년 1월 KT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2011년 7억 6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회사를 57억원에 사오자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12년 3월 KT는 OIC랭귀지비주얼과 비슷한 성격의 KT에듀아이의 지분 60만주(보통주 54만, 우선주 6만) 전량을 매각했다.
여기에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도 배임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사이버MBA도 유 전 장관과 연관이 있는 회사였다. KT는 2012년 사이버MBA를 편입시키면서 유 전 장관이 보유한 사이버MBA 지분 27만주 중 13만주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이버MBA도 적자회사였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들 회사가 KT 계열사로 편입되기까지 과정이 매끄럽다고 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이에 KT는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법적검토 후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반박성명을 냈다. KT에 따르면, KT는 가상재화(Virtual Goods) 시장의 핵심 아이템인 교육콘텐츠 육성과 수급의 효율성 확보 및 스마트러닝 사업 활성화를 위해 KT OIC 경영권을 정당한 절차를 통해 확보했다. 지분가치도 객관적 기준을 토대로 책정됐다.
또한 황 대표의 유 전 장관 지분 매입은 KT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며, 황 대표가 KT OIC 대표로 선임된 것도 최고 전문가에게 계열사 경영을 맡긴다는 철학에 따라서였다는 설명이다. KT가 강경하게 반박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일단 수그러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 전 장관과 연관이 있는 적자회사를 KT가 끌어안은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나오고 있다.
“문어발 확장?” 시선도 사업영역 확장을 놓고도 의견이 나뉜다. KT는 주력사업인 통신 부문에서 비 통신 부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KT에서 비 통신 부문이 유망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단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지탄을 받는 이유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극대화돼 있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골목상권 진출 등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에 전 방위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성’ 색채가 강한 KT의 몸집불리기가 주위에 곱게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손을 댄 사업 부문만 봐도 쓴 소리는 커진다. 그동안 강조한 콘텐츠 사업을 제외하더라도 KT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분야는 비교적 넓다. 공시에 따르면 KT는 부동산, 경비, 지하철 광고 사업도 모자라 캡슐커피머신 서비스업까지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대대적인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10구단(야구)의 새로운 주인도 됐다. 곳곳에서 KT가 추진하는 사업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투자 대비 시너지 효과가 클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야구단의 경우,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온다. 더욱이 부동산, 캡슐커피머신 서비스업 등은 KT 사업영역과도 크게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영위할 만한 부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 성장동력을 비 통신 부문에서 찾는 것은 좋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캡슐커피머신 서비스업은 KT가 직접적으로 한다기보다는 KT링커스를 통해 하는 것으로, 그쪽에서 매출이 급감하면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사업을 찾은 것”이라며 “계열사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어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KT는 통신 사업에서의 수익창출이 더 이상 어렵다고 보고 비 통신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비 통신 사업도 통신 사업의 인프라를 이용해 영위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비 통신 부문으로의 사업 확장이 기본적으로는 통신 부문과 연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