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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대상자' 포함된 노동자, 원거리 발령은 "노동탄압"
 

KT의 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C-player, CP)의 퇴출 대상자였던 원병희 씨의 원거리 전보에 대해 지역시민사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T노동대책위는 8일 기자회견을 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열고 “KT의 치졸한 노동탄압을 규탄한다”면서 “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에 엄정대응하라”고 말했다.

 

 

이날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원병희 씨가 제기한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회의가 오후에 열렸다. 원 씨는 지난 3월 2일자로 전북 남원에서 경북 포항으로 원거리 발령을 받아 3월 3일부터 포항에서 근무 중으로 최근 KT인력퇴출프로그램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원병희 씨는 지난 2011년 6월 ‘업무지시 거부,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KT로부터 해고되었다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뒤, 작년 7월 복직되었다. 그러나 다시 같은 해 10월 KT는 ‘지시사항 불이행과 회사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3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내렸고, 지난 1월에 복직하였다. 이번 원거리 발령까지 포함하면, 원 씨는 지난 1년 8개월 동안 해고와 정직, 원거리 발령까지 연쇄적으로 인사 조치를 당했다. 그동안 원 씨가 KT에서 불과 4개월 밖에 일하지 못했다.

 

KT노동대책위와 KT새노조 등은 원 씨에 대한 이번 원거리 발령을 “사실상 보복성 징계이며 노동자 퇴출 프로그램에 의한 KT의 가혹한 탄압”으로 규정했다.

 

원 씨는 지난 2011년 언론에 공개된 KT의 인력퇴출프로그램 CP에서 퇴출대상으로 지목한 1002명 중 한 사람이다. CP는 일종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5년경 작성된 문건이다. CP문건에는 당시 특별명퇴를 거부한 노동자와 20년 이상의 장기근속 노동자, ‘KT민주동지회’를 비롯한 민주노조 운동을 한 노동자 총 1002명의 상세정보가 기입되어 있었다.

 

 

이에 KT노동대책위 관계자는 “퇴출명단으로 지목된 원 씨에 대한 연 이은 징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를 퇴출시키겠다는 KT의 의지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원 씨는 그동안 언론에 의해 폭로된 CP프로그램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KT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원 씨는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면서 “이번 포항 발령은 조직분위기 쇄신차원에서 같은 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합당하게 전보를 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보복성 징계는 아니다”면서 “업무지시 불이행과 허위사실 유포 등 개인의 행위에 대한 징계”라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퇴출프로그램 CP와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원 씨는 “업무지시 불이행과 허위사실 유포라는 문제는 노동위원회와 법원 등에서 법적으로 다퉈봐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규명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징계하는 것은 부당징계”라고 말했다.

 

전북지역 1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KT노동대책위는 8일 기자회견에서 원병희 씨에 대한 연이은 징계는 인력퇴출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KT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살펴 노동자가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판해달라”고 촉구했다.

 

원 씨는 현재 지난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부당전보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상태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도 함께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작년 12월 31일자로 KT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KT는 “장기 무단결근이 해고사유”라고 밝혔지만, 노조는 “병원입원 등으로 병가를 신청했고, 공익제보로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조퇴한 것을 두고 징계를 하는 것은 부당징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KT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가 국내전화망으로 처리되었지만 국제전화요금이 청구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해,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신청을 국민권익위에 제기하여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 위원장도 지난 해 원거리 발령을 받기도 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이날 “원 씨에 대한 부당해고, 부당정직, 원거리 발령은 누가 봐도 인력퇴출프로그램 CP에 포함된 사람들의 퇴출방식이다”면서 “노동자를 쫓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정교한 CP프로그램에 대해 법원에서도 불법성을 인정했다. 노동부는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지금도 CP프로그램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지적했듯이, CP프로그램에 대해 지난 1월 8일 청주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이영욱)는 “KT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한 모(53)씨는 퇴출대상자로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윤종광 수석부본부장도 기자회견 말미에 “남한땅에서 노동자로 살기 힘들다는 것은 KT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KT의 부당노동행위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KT는 민주노조 운동을 한 노동자들에 대해 해고하고 징계를 일삼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후 KT노동대책위는 원병희 씨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추진 상황을 청취하고 앞으로 대응을 논의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역에서 KT노동인권에 대해 주도적으로 제기했던 원 씨가 포항으로 발령받은 것은 분노도 있지만 가슴도 아프다”면서 “원 씨에 대한 징계가 철회될 수 있도록 집회와 같은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병희 씨도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원거리 발령으로 기가 죽거나 실망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KT노동인권이 보장되는 날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소송들도 착실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 1. 징계라는 것이 회사 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KT가 KT새노조 조합원들에게 이런 징계를 자주 내리는 편인가?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 : 그렇다. 퇴출프로그램 대상자 명단을 보면 각자 사유가 있다.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업무부진자이고 다음은 명퇴거부자, 이어 노조활동을 한 사람이다. 이 중에 투쟁을 하는 노조 조합원들에 대해 작은 것 하나라도 트집을 잡아서 징계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새노조 조합원 중 전북지역 조합원이 해고되었다 복직되었고, 원 씨도 해고되었다가 복직에 정직, 원거리 발령을 받았다. 나 역시 해고를 당했다. 새노조 조합원이 20여명 정도인데 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좌)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 (우) 최근 원거리 발령을 받은 원병희 씨

 

질문 2. 포항으로의 원거리 발령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는가?

 

원병희 : 그렇다고 본다. (웃으며) KT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정년 전에는 절대나가지 말고 투쟁하라고 이렇게 발령을 낸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질문 3. 인력퇴출프로그램 CP에서 원 씨는 C-player로 규정되었다. 기분이 어땠나?

 

원병희 : 사실 부당전보와 정직을 반복해와서 회사가 우리를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명단을 받아보고 내가 포함된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충격이 컸다. 말 자체에서 오는 인격모멸과 함께 과연 인간이 다른 인간을 불이익을 주기 위해 평가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질문 4. 작년에 이미 원거리 발령을 예견했다.

 

원병희 : 이해관 위원장의 부당전보 구제신청 심문회의에 참관인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내용과 회사측 대리인들의 답변을 들었을 때, 원거리 발령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당시에는 CP프로그램이 언론에 밝혀져 논란도 되었기에, 예견은 했지만 설마했다. 그런데 역시나 발령을 받고 보니 KT의 집요함에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고 전혀 연고가 없는 경상도 포항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는데서 오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

 

질문 5. 그동안 KT와의 각종 심문회의, 재판 등 다툼이 있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인데, 휴가를 신청했나?

 

원병희 : 연가를 사용했다. 하루연가는 어려워서 2일 연가를 썼다. 대부분의 휴가와 연가를 이렇게 재판으로 사용한다. 지난 2008년부터 휴가의 목적이 휴식이 아닌 재판이 되어버렸다. 회사 역시 고발과 진정을 많이 내서 그렇다. 사실 그래서 연가를 신청하고 다녀오고 나며 무척 피곤하다. 앞으로 정년이 7년 남았다. 절망만 있다고 보고 싶진 않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생존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동지들과 함께 싸우며 희망을 가지겠다.

 

질문 6. 부당해고, 정직 등 KT의 인사관리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왜 그런가?

 

이해관 : KT가 10년 전 구조조정을 할 때만해도 노동자들이 구차해서라도 조금만 압박을 하면 그만뒀다. 그런데 최근에 자영업의 위기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당시 그만둔 노동자들이 자영업을 했고 대부분 망했다. 그래서 직원들 대부분이 왠만해서는 나가지 않는다. KT는 이 사람들을 나가게 하려고 하다보니 더욱 인사관리가 심해지고 있다. 자살과 돌연사가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KT는 요즘 시대에 퇴직 압박 안하는 회사가 어딨냐고 말한다. 그래도 정도가 있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음의 기업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데도 심해지고 있다.

 

질문 7.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없나?

 

이해관 : 다양한 층위의 해법이 있을 수 있다. 우선 낙하산 경영진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통신서비스를 해외주주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면 안된다. 통신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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