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 시장 진출해 진흙탕 만든 통신공룡 | ||||||||||||||||||
KT 지하철 광고사업 의문점 Review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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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이석채 KT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석채 회장이 스마트몰 사업(지하철 5~8호선 광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사업을 강행하고 투자를 확대해 계열사로 편입했다는 거다. KT는 참여연대의 고발내용에 대해 “일부 반反회사 세력이 의도를 갖고 생산한 루머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렇게 해명했다. “스마트몰 사업의 주요 내용은 이 회장 취임 전에 결정됐고, 현재 손실을 최소화를 위해 계약내용 변경을 협의하고 있다.” 배임의혹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차장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당초 KT는 스마트몰 사업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현재 스마트채널)에서 철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후 KT는 사업자금을 제공하는 연대책임의무(지급보증)를 체결해 사업 위험을 오히려 키웠다. 더구나 KT는 내부적으로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회장 지시에 따라 사업을 강행했다. 게다가 당초 5억원만 투자했던 특수목적법인에 65억원을 재투자하면서까지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The Scoop(통권 29호 참고)는 올 1월 KT와 스마트채널, 중소 옥외광고업체와의 갈등을 취재•보도했다. KT가 지하철 광고시장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기존 중소업체들을 법적분쟁에 휘말리게 하면서까지 사업자를 선정해 일감을 줬다는 내용이다. 당시 The Scoop가 제기했던 의문을 다시 한번 리뷰한다.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통신공룡 KT가 무슨 이유로 지하철 광고사업에 뛰어들었냐는 거다. KT 관계자는 “지하철 광고사업 중 모니터 광고사업을 통신사업과 연계할 수 있어서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T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광고시장의 규모는 2000억원 정도다. KT의 연 매출은 20조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조원이 넘는다. 이런 대기업이 중소형 업체가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지하철 광고시장에 굳이 뛰어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공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는 KT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참여연대, 이석채 회장 배임혐의 고발 KT가 지하철 광고시장에 진출해 알찬 결실을 맺은 것도 아니다. KT는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2011년 스마트채널(편입 전엔 퍼프컴)의 누적적자는 약 100억원이다. 주목할 점은 적자가 쌓이고 있음에도 KT는 65억원을 더 투자해 스마트채널을 계열사로 편입했다는 거다. 더구나 KT는 스마트채널의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KT는 스마트몰 사업에 계속 투자할 경우 순현재가치(NPV)가 마이너스 165억원으로 떨어지고, 추가자금을 지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마트채널이 KT의 계열사로 편입되기 직전인 2011년 4월 이 회장에게 “NPV가 마이너스 375억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 Why2 지하철 광고시장 수익성 믿었나 지하철 광고사업은 수익성이 높지 않다. 이 시장에 잠깐 뛰어들었다가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대기업 광고기획사 HS애드다.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HS애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기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판단해 사업을 서둘러 접었다”고 말했다. 한 지하철 광고업계 종사자는 “인건비와 유지비 등 고정경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기업은 지하철 광고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며 “지하철 광고시장에 중소형 업체가 수두룩한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건 다른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의문은 또 있다. 서울메트로나 도시철도공사는 자신들이 올릴 수 있는 수입을 정해놓고 광고사업자를 선정한다. 택시기사가 하루에 얼마를 벌든 정해진 사납금을 무조건 채워놓도록 하는 택시회사와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때문에 입찰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노선이어야 광고가 많고 단가도 비싸다. 광고는 노출빈도에 따라 값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5~8호선은 1~4호선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다. 상대적으로 광고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KT가 지하철 광고사업에 진출한 초기, 발을 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마트채널에 KT가 투자금을 쏟아부어서 이득을 본 곳은 도시철도공사와 각종 도급을 맡은 하청업체뿐이라는 얘기다. KT의 하도급 관계도 짚어봐야 한다. The Scoop의 취재결과에 따르면 KT는 지하철 광고액자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엉뚱한 발상을 했다. 2009년 도시철도공사 지하철 광고사업권을 딴 스마트채널은 광고액자 (교체)시공사로 KT를 선정했다. 전문성이 없던 KT에 사업을 넘긴 것이다. KT는 당연히 또 다른 곳에 광고액자 교체사업을 발주했는데, 조명사업 전문업체이자 KT의 하청업체 세전사였다. 그런데 광고액자 제작과는 거리가 멀었던 세전사는 광고업체 전문제조업체 민아트와 에이엘에 사업을 발주했다. 지하철 광고액자를 만드는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이처럼 복잡할 이유가 없다. 이상한 지하철 광고액자 제작과정 문제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지하철 광고액자 제작 관련 특허를 갖고 있던 코드에이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코드에이는 지하철 1~4호선과 코레일 지하철에 광고액자를 납품한 곳이다. 당시 코드웨이의 하청업체가 바로 민아트와 에이엘이었다. 이런 이유로 코드에이는 스마트채널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스마트채널은 세전사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다시 세전사가 민아트와 에이엘에 구상권을 청구해 지하철 광고업계가 진흙탕으로 돌변했다. 검증된 업체를 배제한 KT의 엉뚱한 발주가 낳은 결과물이다. KT 역시 스마트채널에 고문변호사를 파견하는 등 비용을 들여 법적분쟁을 해결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 때문에 좋은 관계를 지속해오던 사업자들끼리도 멱살 잡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도대체 왜 KT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해서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참여연대가 주장한 이 회장의 배임의혹에 대해 KT는 모든 걸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KT가 지하철 광고시장에 뛰어들고 스마트채널이 KT 계열사로 편입된 과정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KT는 ‘부인’했지만 이 회장은 답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