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장에 축구관람까지, SKT·KT 기자는 ‘공짜’ | |||||||
2013 MWC 기간 출입기자 항공·체류비 제공… ‘바르샤 vs. FC세비야’ 경기 관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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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와 KT가 출입기자들에게 스페인 왕복 항공료, 체류비 등을 제공한 것은 물론, FC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 관람까지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들은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열린 행사 때문에 동행한 취재진 십여 명의 경비를 모두 부담했고, ‘FC바르셀로나 vs. FC세비야’의 경기 관람을 무료로 제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이 기자 1인에게 썼을 비용은 최소 500~600만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이통사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달 25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2013 MWC(Mobile World Congress)’에 부스를 차렸다. MWC는 이석채 KT 회장, 하성민 SKT사장 등이 총출동했다. 두 CEO는 GSMA 최고 의장상(GSMA Chairman’s Award)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국에서는 휴대폰제조사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부스를 차렸다.
SKT와 KT는 MWC 일정을 소화하면서 출입기자들 수십여 명을 23일 FC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누에서 열린 축구경기장에 데려갔다. 당시 현지에 있던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티켓이 수십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예매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야 돈이 많으니 기자들을 많이 데리고 왔다”면서 “중소기업들, 벤처들에게도 성과는 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KT 출입기자로 현지에 다녀온 한 일간지 A기자에 따르면, ‘항공권과 체류비 등 경비’는 모두 SKT와 KT에서 제공했다. 기자들은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바르셀로나에 체류하면서 관련 기사를 송고했다. A기자는 “SKT쪽 기자들이 좀 더 출장을 많이 갔고, 대부분 (축구장에) 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는 KT와 SKT가 항공비 및 숙박비로만 1인당 500~600만 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업체는 각각 15명 안팎의 기자들을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입장료에 식대를 더하면 비용은 훨씬 늘어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이통사들이 기자들에게 쓴 비용은 최소 1억5천만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SKT와 KT 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MWC 세부일정에 축구경기 관람은 애초 없었다. SKT 관계자는 “일과시간에 간 것도 아니고, 문화행사 차원에서 싼 가격에 입장권을 구해 (경기장에) 갔다”면서 “대행사 쪽에서 (티켓팅을) 도와줘서 십만 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여 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비 제공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 대부분 (경기장에) 갔다”며 “공식일정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축구경기를 접대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접근하면 대답하기 부담스럽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축구경기가 접대면) 다른 일정도 접대 아닌가? (홍보팀이) 기자들 만나서 점심 사드리는 것도 접대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자가 “접대가 맞다”고 대답하자 그는 “팀장에게 보고한 뒤 공식적인 답변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홍보팀 간부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질 않았다.
한 일간지의 산업부 B기자는 “(일부 대기업 중) 항공권만 부담하는 곳도 있고, 항공권 및 체재비 모두 기업이 부담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현실을 따지자면 모든 비용을 내고 출장을 갈 언론사는 없다”며 “자사 홍보요구와 언론 보도요구의 조합 정도로 (출장 성격을) 보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이 기간 대부분 언론은 각 통신사 CEO의 발언을 제목으로 편집하거나, 신제품과 기술 등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애플에 맞서는 삼성, 구글OS 외 다른 OS를 찾는 통신사들의 이해관계, 망사업자들의 콘텐츠 사업 의욕, 중국의 추격, 트렌드 기사 등이 대다수였다. 한 통신사 기자는 MWC 관련기사를 24건이나 송고했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 때 정부부처에서 정책유공 훈장을 주고 기업은 외유성 출장을 대놓고 진행하는데 저널리즘이 훼손되면서 이런 관행도 회귀하고 있다”고 봤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이 취재비를 지원하는 것을 두고 언론사 내 공정보도위원회에서 문제제기가 됐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기업들의 연례행사에 동원된 기자들이 쓰는 기사는 어떻겠느냐”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