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크]KT 원병희 씨 “원거리 발령은 인권 탄압”
KT가 노동위원회의 해고무효 판결로 복직한 원병희씨에 대해 상식 밖의 인사를 단행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KT는 지난달 27일 전북고객본부 남원지사의 원 씨를 3월2일자로 연고도 없는 대구고객본부 포항지사로 발령 냈다. 3개월간의 징계기간을 지난 1월23일 출근한지 1개월여 만이다.
원 씨는 전 KT 해고 노동자로 KT 새노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 해고당한 바 있다. 1년여 간의 복직 투쟁 끝에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결로 지난 해 7월31일 복직했다.
원 씨는 복직 후 2개월 만에 이유도 없이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복직 후 7개월 간 한 번의 정직과 한 번의 인사처분이 원 씨에게 내려진 것이다. 일종의 '이중처벌'인 셈이다.
연고가 전혀 없는 포항으로의 원거리 발령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원 씨를 전주에서 직접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 다소 피곤해 보이는데.
- 퇴근 후 포항에서 8시30분 버스를 타고 전주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더라. 포항에서 전주행 버스가 하루에 4대 뿐이던데 앞으로가 더 문제다.
▲ 포항지사의 분위기는 어떤가.
- 포항지사도 인원 교체가 많아 아직은 다들 서먹한 상황이다.
▲ 주거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 사택은 마련해 줘 주거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주말마다 왕복 8시간이 걸려 집에 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 가족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 지난 주말 아내가 포항을 다녀갔는데 너무 힘들어 하더라. 아내도 KT에서 근무하다 2009년 퇴직했는데 KT에 대해서는 아주 치를 떤다. 평온한 가정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는 가정 파괴적 행위를 하고 있다.
▲ 사측에서는 어떤 말이 있었나.
- 전혀 없었다. 발령 자체도 사내 게시판에 게재된 내용을 지인이 보고 전화를 해줘 알게 됐다. 어떠한 설명과 통보조차 없었고 동의를 구한 적도 없었다.
▲ ‘사실상 퇴임 발령’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 (웃으며) KT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정년까지 절대 나가지 말고 열심히 투쟁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 이번 인사에 대한 입장은.
- 회사에서는 조직쇄신 차원이라는 말을 언론을 통해 들었다. 이게 무슨 조직쇄신인가. 전혀 아니다. 인격을 탄압하고 인간성을 짓밟는 행위다.
▲ 보복성 인사라는 말인가.
- 그렇다. KT가 노동위원회의 판결로 어쩔 수 없이 복직은 시켰지만 퇴직기간 복직투쟁을 한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분명하다. 사측의 인사권 횡포이자 합리성과 사회적 통념을 무시한 권한남용이다.
▲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가.
- ‘비연고지 원거리 전보 발령’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인사규정에도 명시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불법행위로 인정되고 있는 인력퇴출(CP) 프로그램에나 있는 내용이다.
▲ KT에서는 정당한 인사였다는 입장인데?
- 원거리 발령에 대한 규정이 있느냐? 징계자에 대한 관행이라 주장할 따름이다.
이것은 징계보다 더한 가혹한 처벌이다.
▲ 향후 대응책은?
- 다시 돌아오기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나는 주거지에서 근무를 희망해 1987 KT에 시험을 치고 들어갔다. 그런데 왜 포항지사로 발령이 나야 하는가? 내가 그곳에 가야만 포항지사가 운영되는 것인가?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앞으로 복귀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할 예정이다.
▲ 사측에 대한 입장은?
-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행복추구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탄압하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주려는 초헌법적 인사권 남용 행위가 오히려 KT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 또한 CP프로그램의 부당을 인정하지 않는 KT와 노동부, 노동위를 규탄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여러 재판들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황이며 금전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