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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대통령' 이석채 회장, 막장 타이틀 단 까닭
'新전관예우' 메이드 인(Made in) KT?
2013년 03월 21일 (목) 09:17:32 정채희 기자 speconomy@speconomy.com

 

   

[스페셜경제] “통신회사인가, 낙하산부대인가?”, “역대 최악의 자본가”, “막장 중의 막장”.

 

최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선 통신사 KT와 이석채 회장의 행보를 이같이 ‘평가절하’하며 연일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경우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이름 석 자를 검색하면 ‘배임’, ‘고발’, ‘비리’ 등 부정적 수식어가 관련검색어로 떠 그간의 비판적인 시선이 일부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소위 ‘IT 대통령’으로 통하던 이석채 회장이 최근 들어 ‘막장’ 타이틀을 달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소액주주 “이석채는 물러나라”…아수라장 주총

지난 15일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의 ‘제31기 정기주주총회’는 한 마디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주총장 밖에서는 이 회장의 ‘배임’ 혐의를 놓고 처벌을 탄원하는 서명이 진행됐으며 내부에서는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고성이 주총 내내 빗발쳤다.

 

주총 의장으로 등장한 이 회장이 “KT의 지명도와 위상은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기업 중 32위로 국내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향후)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ICT기업으로 부상하겠다”며 KT의 밝은 미래를 말하는 것과는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마이크를 잡은 이 회장의 바로 앞에서 ‘낙하산 퇴진’ 피켓을 든 이들이 이 회장의 ‘사퇴’를 소리 높여 주장하고, 이 회장이 “소란이 계속되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퇴장조치를 하겠다”고 격분하면서 수백여명의 주주들이 모인 KT의 31기 정기주총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 ‘각자의 할 말’만이 흩뿌려진 채 끝이 났다.

 

이날 KT는 혼란 속에서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했고,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사 선임 건에서는 총 5명의 이사가 선임됐다.

 

사내이사에는 표현명(KT T&C부문장), 김일영(KT 그룹CorporateCenter장) 이사가, 사외이사는 송종환(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차상균(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이사가 재선임 됐다. 아울러 송도균(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방통위 부위원장) 이사가 신규로 사외이사에 선임됐으며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에서는 차상균 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KT는 또한,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주요 사업분야의 경쟁사나 그 계열사의 전·현 임직원, 경쟁사의 최대주주·2대주주인 회사나 계열사에서 일했거나 일한 임직원의 경우 사외이사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또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3년)가 1회 중임제였던 것을 더 늘려 최대 재임기간이 10년까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주총 후 이 회장의 퇴진을 소리 높여 주장했던 소액주주와 노조 측 관계자들은 “형식적인 주총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의 발언기회는 박탈될 뿐”이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주총의 소란은 ‘그 날’로 끝이 나지 않았다. 이번엔 KT가 아수라장 속에서 승인한 주총의 ‘내용’들이 문제가 됐다.

 

18일 민주통합당의 최민희 의원은 “KT는 통신회사인가, 낙하산부대인가”라고 되물은 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송도균 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부위원장의 인사는 “신(新)전관예우”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 15일 KT의 ‘제3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송도균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최 의원은 “이번 인사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사람은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이라며 “차관급 정부위원을 지낸 사람이 공직자윤리법에 나와 있는 2년 내 재취업의 규정을 교묘히 피해 사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업한 것에는 뭔가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이러한 배경에 ▴KT가 로비를 위해 송 전 부위원장을 영입했는지, ▴송 전 부위원장이 KT경력을 업고 방통위원장을 하기 위해 스스로 들어갔는지, ▴종편 최대 수혜자인 박근혜 정권의 배려가 있었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송 전 부위원장을 영입한 것이 “방통위 부위원장 출신을 영입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신(新)전관예우이자 통신로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매년 반복되는 ‘KT낙하산 인사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꼴”이라고 ‘낙하산’ 의혹을 강하게 주장했다.

 

주총에 앞서 KT측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과정에서 송도균 전 부위원장이 적임자가 될 것이라며 신규 사외이사에 추천키로 합의했다.  당시 KT는 송 전 부위원장이 MBC 보도국 정치부장, SBS 보도국장, SBS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방송정책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사진들의 추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송 전 부위원장의 이사 선임을 놓고 KT와 정치권이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는 데에는 KT의 ‘낙하산’ 논란이 수차례 되풀이 된 ‘전적’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MB(이명박)정부가 투하한 ‘낙하산 사장’이라는 논란을 빚으며 등장했던 이 회장을 비롯해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 오세현 신사업본부장 등이 각각 MB정부의 청와대 대변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으로 ‘낙하산 인사’의 선봉에 선 바 있기 때문.   이밖에도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으로 선임된 이석채 회장의 최측근 표현명 사장(사내)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람으로 알려진 송종환 이사(사외) 등도 ‘문제성’ 인사라고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이번 ‘낙하산 논란’은 2013년의 신임 이사진 구성에 사외이사 임기와 관련된 정관 변경까지 더해져 세간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최민희 의원은 “(KT의 이번 주총이) 더 심각한 점은 사내규정 중 경쟁사와 경쟁사의 계열사 출신 임직원 등의 ‘사외이사’ 금지 규정을 삭제해 낙하산인사 관행을 제도적으로 열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KT측은 “국내 많은 기업들이 통신·방송·미디어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경험과 역량이 있는 인물을 폭넓게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으나 이 역시 그간 이 회장이 정관 개정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와 겹쳐 업계의 짙은 의구심을 낳았다. 

 

지난 2008년 KT는 정관 25조(2년 이내 경쟁사에서 임직원을 했던 인물은 KT의 ‘대표이사’가 될 수 없다)를 개정했다. 이를 통해 당시 정관상 결격사유가 있었던 이 회장이 대표직에 첫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0년, 이 회장과 KT는 ‘CEO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정관을 개정했다.  사외이사들과 민간위원 1명, 전직 사장 1인의 참여로 구성된 기존 정관을 민간위원 1인과 전직 사장 1인을 삭제하고 사내 이사 1인과 사외이사들로 채우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KT는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KT가 추천위의

재구성을 통해 외부 개입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린 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렇듯 이사진 구성과 정관 개정 등으로 ‘낙하산 의혹’에 수차례 시달리고 있는 KT측에 최 의원은 “‘미래’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과거’세력 기용과 ‘최첨단’을 강조하는 KT의 ‘아날로그’식 인사는 똑같이 닮아있다”고 평가하며 “배임의혹을 받고 있는 이석채 회장은 정권눈치보기로 더 이상 KT를 망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 그것이 KT부활과 미래창조의 지름길이다”고 강력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석채 회장을 고발했다./사진=참여연대

 

 

檢 고발당해…“지난날 과오 석고대죄 해야”

한편, 정치권 인사가 나서 이 회장의 사퇴를 ‘주문’하고 있을 때 이보다 앞선 지난 2월에는 이 회장의 사퇴를 ‘염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검찰청’을 향했다.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석채 회장을 고발했다.

 

이들이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스마트애드몰 사업, ▴오아이씨랭귀지비주얼(현 KT OIC) 사업, ▴사이버엠비에이(MBA) 사업 등 3가지 사업에서 총 77억7500만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

먼저 스마트애드몰 사업은 지하철 5~8호선의 역사 및 전동차 내 광고권 입대 사업으로 사업규모가 2000억대에 이른다.

 

참여연대측은 제보된 내부기밀보고서를 통해 “KT가 수백억대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강행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이 회장이 KT를 경영하는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사업 관련한 출자 등에 있어서 배임을 저질렀다”고 고발 사유를 밝혔다.   또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음성직 도시철도공사 전 사장의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 등이 스마트애드몰 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참여연대가 배임 혐의로 함께 묶어 고발한 KT OIC와 사이버MBA 사업의 경우, 이 회장의 친척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을 위해 KT가 ‘친인척 재테크용 사업’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계사년 새해부터 이 회장이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KT가 현 OIC 설립에 참여하고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유 전 외무부 장관에게 수억원의 이득을 주고, 회사에는 60억원 가까운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또한, 유 전 외무부 장관이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도 지분을 보유중인 사이버MBA를 인수하면서, 기존 주식가보다 9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해 지난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77억원 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 문제가 됐다.  유 전 외무부 장관과 이 회장은 8촌 친척관계이자 이 회장 여동생의 남편과 유 전 장관이 외무부에서 함께 근무해 현재까지도 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이 회장과 유 전 장관 모두 MB정부의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이 회장은 이러한 배임 혐의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상식과는 크게 어긋나는 행태를 보여 많은 지탄을 받은 자”라며 ▴직원 6000명 감원하던 해 이사의 보수한도 44.4% 인상, ▴호화사택 계약(현재 해지), ▴이사회 거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투자 등의 규모 대폭 확대, ▴출연 및 기부금 10배 확대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검찰은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수사해 각종 불법 및 비리 혐의가 확인된다면 엄벌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이 회장과 KT관련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추가 고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여연대측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을 향해 “역대 최악의 자본가, 기업가”라고 평가한 뒤 “사상 최악의 경영자로 기록에 남는 것이 두렵다면, 하루빨리 스스로 사퇴하고 지난날의 모든 과오에 대해 석고대죄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미디어오늘’ 14일자에 기고했다. 

 

이에 사건을 배정받은 서울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이헌상)는 지난 3월 14일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이 회장을 고발한 경위 등을 묻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오는 2015년까지 남은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관전평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근절을 주문한 만큼, 정부의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있는 KT의 수장직도 전문성이나 실적이 뒷받침하지 않는 한 임기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인사와 검찰 등 사정당국이 이 회장의 목을 조여오고 있는 가운데 ‘IT 대통령’ 이석채 회장은 이번 위기를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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