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이석채 회장.."사면초가 상태" |
"검찰수사 간단치 않다" 내부서도 '위기론' |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장차관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 지은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장들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통신공룡 KT의 이석채 회장 거취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이석채 회장은 2015년까지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당노동행위와 배임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명예로운 퇴진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석채 회장, 위기상황"
27일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를 비롯해 민변 노동위원회, KT공대위, KT새노조 등이 잇따라 이석채 회장의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부당노동행위,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투표 사기, 친인척 사업 밀어주기, 업무상 배임 등이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이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스마트몰 등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쳐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KT는 이 회장이 2009년 1월 취임한 후인 5월 스마트 애드몰 사업참여자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KT는 3개월이 지난 뒤 사업성을 봐가며 탈퇴할 수 있도록 해 사업손실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뒀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KT가 처음엔 사업성이 좋지 않으면 철수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2009년 3월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사업 자금 제공에다 KT가 연대책임까지 지도록 하는 등 철수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사업의 수익성은 악화돼 2010년 3월 계약 변경 당시 6118억원이던 예상 매출액은 6개월 만에 4351억원으로 급감했다.
손실액도 지난 2010년 말 165억원에서 지난 2011년 4월 375억원으로 급증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이 스마트몰 사업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300억원대 배임혐의에 대해 검찰이 강도높게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KT 내부 여론이 회장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이 회장이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벌써부터 후임자 얘기도 나돈다"고 전했다.
◇"검찰, 배임혐의 입증에 대단한 의욕"
이 회장 배임혐의 사건으로 검찰의 고발인 조사를 받은 안진걸 민생희망본부 사무처장은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꼼꼼히 수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처장은 "검찰이 배임이 성립하는 이유에 대해 주로 물어봤고, 이에 대해 초기 불리하지 않은 계약을 이 회장이 계속 불리한 내용으로 바꿨으며 아예 해당 회사를 인수하기까지했던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면서 "검찰이 배임 혐의 입증에 상당한 의욕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수사전망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라도 기업이 손해를 입었으면 배임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수사의지는 향후 이 회장의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때 KT 수장 교체를 '조용히' 진행할 수 있는 일종의 지렛대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도 불안
방송통신위원회와의 불편한 관계도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접시 안테나없는 위성방송인 DCS 서비스에 대해 방통위가 위법 결정을 내린데 대해 KT스카이라이프가 '닭 모가지는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등의 주장으로 반발하면서 감독기관과 사업자간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회장 역시 "기술 혁신으로 새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데 방통위가 이 같은 기회를 막고 있다"며 "DCS는 관련 법 규정도 애매하고 시범 서비스 때도 방통위가 말이 없었다"고 방통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밖에도 일부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의 정책방향에 공공연히 반기를 든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회장과 각을 세우면서 상임위 전체회의에 이 회장을 출석시켜 소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영점수도 '낙제' 수준..LTE 부진 지속
경영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운 처지다. 유선전화는 물론이고 모바일과 인터넷, 어느 하나 뚜렷한 실적을 내는 사업 부문이 없다.
KT는 2월에 있었던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매출은 23조7903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2138억원, 순이익은 1조111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0.6%, 23.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유선분야 매출은 가입자와 사용량 감소로 전년보다 11.3% 감소했고 초고속인터넷은 80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나 매출은 전년보다 7.9% 떨어졌다.
무선분야 매출은 LTE 가입자 증가에 따라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액)는 상승했지만 전년 보다 0.8% 감소한 6조9134억원을 기록했다.
KT는 이처럼 줄고 있는 영업이익을 부동산 등의 회사자산을 팔아 영업외 이익으로 만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주요 거점 시장인 LTE 사업에서는 3위로 추락해 성장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계속되는 실적부진은 이석채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부당노동행위와 배임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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