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외 채권 발행을 늘려왔던 기업들이 국내 회사채 시장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 이마트, SK텔레콤 등이 이달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 하락 통보 또는 경고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조달, 대외 신인도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해외 채권 발행을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해외 시장에서 이들 기업은 인수ㆍ합병(M&A) 등 공격적 확장정책, 재무구조 악화, 정부 규제 등으로 글로벌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외 신인도가 약해지면서 조달금리도 점차 상승하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최상급이다. 결국 이들 기업 입장에선 초우량 회사로 인식되는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인 셈이다. KT는 오는 10일 5년 만기 1200억원, 10년 만기 1800억원, 20년 만기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2011년 12월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마지막으로 발행한 이후 국내 시장에서는 KT 발행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신용등급 하락이 KT의 16개월 만의 컴백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주 S&P는 영업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KT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도 KT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며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5일 20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 지난 2월 무디스는 이마트 신용등급을 한 차례 하락시켰으며 이후에도 공격적 사업 확장과 정부 규제,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우려 등을 이유로 부정적 전망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BBB+로 국내 신용등급 AA+와 6단계 차이가 난다. SK텔레콤도 이달 말 최대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상반기 이미 신용등급이 한 차례 강등된 바 있어 이른 시일 안에 추가 조정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부도로 2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CP) 상환 부담을 떠안은 코레일도 회사채 발행한도 확대를 통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글로벌 신용등급이 하락한 롯데쇼핑, 포스코, LG전자 등 다른 기업들도 조만간 국내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로서는 이들 기업의 국내 시장 컴백이 반가운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등급은 흔들리고 있지만 국내 기준으로 이들의 신용도는 여전히 높고 국고채 금리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우량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김혜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