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휴대폰 위장 계열사 만들어 골목상권 영세 판매상과 경쟁
서울·일산 등 판매점 22곳, 불법 보조금도 풀어
KT "사업 자체 정리도 검토"
KT가 위장 계열사를 통해 영세 휴대폰 판매 상인들과 휴대폰 판매 경쟁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휴대폰 판매점 업계에 따르면 KT는 작년 6월 자회사 KT M&S를 이용해 산하에 IT's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회사 대표는 KT M&S의 직원이었던 임모씨가 맡았다. IT's는 서울 목동·압구정·양재점과 경기도 일산 등 수도권 소재 22곳에 휴대폰 판매점을 만들고 이를 운영했다. 이 계획은 모회사인 KT에 문서로 보고됐고 KT는 '잇츠(IT's)' 브랜드까지 만들어 주는 등 설립에 참여했다.
보통 판매점은 자영업자가 권리금과 보증금을 내서 매장을 임대하고, 매장 인테리어도 자기 돈으로 꾸민다. KT M&S는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한 IT's가 판매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운영비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선지급했고, 사업장 임대보증금과 권리금도 대주었다. KT M&S 측은 "IT's로부터 해당 비용에 대한 이자(연 8.5%)를 지급받았다"고 해명했다.
IT's의 매장 22곳은 '최신 스마트폰 공짜' '우리 동네 최대 현금 지급 60만원' '딱 3일간 기계값 0원' 등 선정적인 문구를 내걸고 인근 판매점과 경쟁을 벌여 왔다. KT가 자회사를 통해 불법 보조금을 풀어왔다는 뜻이다.
KT는 IT's 설립에 대해 "영업 실적이 부진한 22곳의 직영점을 대상으로 디지털 복합 매장을 실험해보려는 의도였을 뿐 골목 상권에 뛰어들 의도는 없었다"면서 "KT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통신사로부터 단말기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기간 숨긴 것이지 위장 계열사를 만들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KT 고위 관계자는 "원래 계열사 등록을 하려고 했지만 늦어졌다"면서 "사업 자체를 정리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