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맥 전진 배치 KT 이석채, 왜?
최근 KT가 법원과 검찰 출신 인사들을 잇따라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KT 이석채 회장이 검찰 수사를 포함한 정권 차원의 대대적 사정 작업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영입은 이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판사와 검사 출신 남상봉 변호사를 법무실로 영입한 데 이어 4월 초에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출신 임모 수사관도 영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인사에서는 윤리경영실 실장이었던 정성복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2008년 서울고검 차장 검사로 근무하다가 KT로 옮겼다. 정 부회장이 윤리경영실 실장으로 오면서 상무보급인 실장이 부사장급으로 올랐는데 영입 1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가 이번에 다시 부회장급으로 격상됐다. 지난 3월 영입된 금융조세조사부 출신 수사관도 수사분야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수사관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영입보다 관심을 모으는 건 박병삼 부장판사의 영입이다. 검사가 아닌 판사 출신이 기업 법무실로 바로 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그의 영입은 법조계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영장전담판사는 검찰 수사에 필요한 모든 영장을 발부하던 위치에 있던 사람”이라며 “KT에서는 투명경영 등의 이유로 영입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KT가 법조 인맥들을 영입하거나 전진 배치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에 시작된 KT에 대한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검찰은 KT 이석채 회장의 배임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석채 회장이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강행하고, 8촌 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투자한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KT에 수십억원대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한 KT가 스마트몰 등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스마트몰은 서울 지하철 5~8호선의 역사와 전동차에 설치된 모니터에 전동차 운행 정보와 함께 상품 광고를 실어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KT는 2009년 6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10년 동안 사업을 운영한 뒤 도시철도공사에 기부하는 내용이었다. 검찰이 확보한 KT 내부 보고서들을 보면, 2010년 3월 계약 변경 당시 6118억원이던 사업 예상 매출액은 6개월 만에 4351억원으로 떨어졌다. 손실액도 2010년 말 165억원에서 2011년 4월 375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KT는 사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검찰은 2009년 3월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KT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사업 철수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계약을 변경했던 것이 배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뿐만 아니라 주간조선이 접촉한 다른 사정기관 역시 KT와 관련한 몇몇 의혹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러한 의혹들 역시 이 회장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정기관이 이처럼 KT와 관련된 사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회장의 연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연임이 박근혜 정부와 확실한 교감 아래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KT는 정부가 CEO(최고경영자)를 임명하는 공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2002년 민영화된 이후로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KT는 가장 많은 낙하산 인사가 이뤄졌던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는 것은 KT가 정권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하는 까닭에 법적 근거가 없는 민간기업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정기관 등에서 교체를 할 수 있을 만한 빌미를 만들어준다면 전혀 교체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중수 전 KT 사장의 경우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장이 된 남 전 사장은 2007년 대선 뒤 연임에 성공했지만, 2008년 정권 교체 직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연임을 위한 무리수를 두었던 것이 결국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원인이었다고 보았다.
검찰 수사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도 이 회장 교체설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KT의 영업이익은 최근 2년 연속 감소했다. 부채율은 지난해 155.91%로 전년에 비해 32%나 상승했다. 부동산 자산을 팔아 큰 폭의 손실은 막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업계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특히 KT는 선두인 SKT와의 격차는 좁히지 못한 채, 통신업계 3위인 LG유플러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이어, 최근에는 같은 통신사 간 무료통화까지 들고나와 KT를 압박하고 있다.
KT에는 이명박 정권 낙하산 인사들도 있다. 이들 역시 이 회장과 공동 운명체여서 KT 내부는 이래저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KT 측은 법조인을 영입한 것이 검찰수사 대비용이라는 관측에 대해 “증가하는 법률 리스크 대응을 위해 법조인을 영입한 바 있으나 검찰수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KT 측은 이석채 회장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서도 “스마트몰 사업은 전임 CEO 재임 시기인 2008년에 시작한 사업으로 이석채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KT 측은 유종하 전 장관과의 거래에 대해서도 “(이석채 회장이) 유종하 전 장관과 직접 거래한 바 없으며, 우수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교육 콘텐츠를 확보한 회사의 증자에 참여한 것”이라며 “해당 업체는 현재 증가참여 가격 대비 1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